매거진 better life

부부의 대화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말의 힘]


태초에 이 세계가 만들어진 방법은 '말씀'으로 인한 것이었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빛과 인간을 창조하셨다. 말은 혼돈과 혼란을 바로잡고 질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부부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 또한 말, 대화에 있다.


그런데, 부부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평가하거나 대화가 전혀 없다고 평가할 때 그 대화의 의미는 무엇일까. 불화를 바로잡고 불안정한 부부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대화,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그러한 상태를 지속시키고 공고하게 할 수 있는 대화란 어떤 것인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대화란 진실에 기초해 말을 나누는 것으로 다소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죽음만이 갈라놓을 수 있음을 선서한 관계가 부부임에도 일정한 시점, 특정한 사건 이후에 영혼의 교류없는 동거인으로 전락하는 것도 부부이다. 언어적 형태로 된 의사표시는 주고 받지만 치유와 회복이 있는 대화는 없다. 성적인 문제, 가족문제, 양육문제, 경제적 문제 등으로 부부가 대화없이 침묵과 무관심 상태에 빠지거나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도하에 싸움만 벌이는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대화가 없는 부부]


미성숙한 아이가 무엇인가에 화가 나 겉으로는 아닌 척하면서도 정상적인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일방이 상대방에게, 그리고 스스로도 대화를 시도하거나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해서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상태에 빠진 부부들이 있다. 문제를 적시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감정상 매우 불편한 일이다. 이들 부부는 불편하게 진실을 찾기 보다 회피하고 문제해결의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경우이다. 그저 시간이 해결하거나 운좋게 누군가, 어떤 계기가 부부의 문제를 덮거나 해소할 것이라는 행운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대화가 없는 부부는 최대한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동선이 중복되지 않도록 각자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단계는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우선 문제를 말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화가 많은 부부]


대화를 좀, 꽤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부부들 역시 진실에 기초해 불편한 감정을 감내하려고 노력해야만 하는 그런 대화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고 생각하는 부부들 중 공허와 외로움을 떨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화라는 외관은 갖추었지만 불행을 인정하고 그 원인을 정확하게 전달하며 그 대안을 상대방에게 명시적으로 전달하려는 식의 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대화가 많다는 것은 '지금 당장' 그 문제에 대한 말이 아니라 지난 것, 다가올 것 등에 대해 망라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고 무분별한 말은 말다툼으로 시작해 불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대화를 하는 편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끄트머리에 남는 찝찝함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확하게 말하기]


침묵과 무관심, 무분별하게 많은 양의 대화는 부부의 대화로써 불합격이다. 문제를 지적당하고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편한 감정을 감내해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당신이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놓는 것과 제대로 씻지 않고 이불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당신이 양말을 벗을 때 뒤바뀐 겉과 속을 한번쯤 바로잡아 주고, 퇴근 후에는 곧바로 샤워를 했으면 한다. 당신이 나를 위해 향긋한 체취를 품겨 주었으면 한다."


불안과 불행의 원인을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불편, 불행의 원인을 정확하게 말하고 그와 관련해 원하는 대안을 정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불행을 정확하게 말하고 행복의 방법을 상대방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익숙하면 무지해진다]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 익숙해지면 점차 무지해지기 마련이다. 부부 역시 익숙해지면 상대방이 복잡미묘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해 무지해진다. 익숙한 자동차가 고장나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익숙한 것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의 무지가 드러난다. 부부가 말다툼을 벌이거나 크게 싸움을 벌어지면 상대방의 복잡성에 대한 무지와 무식을 깨닫게 된다. 부부란 익숙해진 후 문제를 모호하게 바라보고 점차 상대의 복잡성에 대해 무지해져 가는 관계일지도 모른다.


부부의 대화는 진실을 위해 불편한 감정을 참으면서 불행을 정확하게 인정하고, 문제와 대안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 이외에는 다툼의 이유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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