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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31. 2019

도전하는 여성 캐릭터들

일상의 변론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많다. 대부분 공주이거나 심성이 착해 요정, 지니, 마법사, 동물, 식물 등 주위를 둘러싼 모든 요소들이 여자 주인공을 호위하고, 그로인해 시기와 질투로 가득찬 저주를 부리는 반대인물이 대립구도로 등장한다. 미모는 물론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만,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화, 애니메이션의 변천을 면밀히 관찰해 보면 수동에서 능동으로, 소극에서 적극으로, 수용에서 변화와 도전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나서지 않고 참고 기다리면 복이 온다!

신데렐라는 계모와 이복형제로부터 열정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클럽에 너무 가고 싶지만, 의상과 상황이 여의치 않아 신세를 한탄하다가 요정인지 마법사인지의 도움을 받아 이브닝드레스와 유리구두를 선물받고, 호박과 쥐를 트랜스폼한 마차를 얻어 타고 클럽무대에서 왕자의 마음을 홀린 뒤 귀가시간이 임박해 유리구두 한짝을 두고 클럽을 빠져나온다. 왕자는 구두 주인을 찾노라 대대적인 홍보를 하였건만, 신데렐라는 수동적으로 기다리다가 유리구두에 발을 끼워 넣고 애타 하던 왕자의 사랑을 얻게 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어서 구해 주세요!

백설공주도 독이 든 사과를 맛나게 한 입 베어물고 식중독에 걸려 잠에 빠진다. 해독제는 없다. 왕자의 키스가 디톡스다. 신데렐라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기다림을 인내한 반면, 백설공주는 숙면 중에 있었기 때문에 의식조차 없이 디톡스를 기다린다. 수동에 더해 피동적이다. 사과에 베어있는 독은 왕자에게는 독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키스 한번으로 의식도 찾고 왕자도 얻어 행복하게 오래오래 ~~~. 


금기의 벽과 금지의 경계를 허물다!

생명의 여신, 창조의 여신 테페티의 심장을 반신반인 마우이가 절취하는 바람에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생활의 지경을 넓히는 여행과 모험을 금지한다. 모아나의 아버지는 족장으로 바다의 일정 경계선을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 모아나는 불만이다. 그리고, 계시를 받는다. 테페티의 심장을 원상복구하라. 모아나는 모두가 만류하는 상황에서 특히, 마우이가 원상복구를 포기하라고 속삭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테페티의 심장을 원상복구하는데 성공하고 자신의 부족들이 저 넓은 바다로 지경을 넓혀 항해할 수 있는 환경여건을 만든다. 한계와 금기, 금지를 의지와 도전으로 파쇄하는 여성 캐릭터이다. 


기다려요! 내가 구해 줄게요~

라푼젤은 윤기있는 머릿결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전형적으로 마녀가 등장하고 마녀에 의해 감금생활을 하다가 유창한 노래실력과 환상적인 머릿결을 바탕으로 한 미모 덕에 왕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왕자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다만, 차이는 마녀의 농간으로 눈이 멀게 된 왕자의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라푼젤의 눈물이었다. 치유를 받는 대상에서 치유를 하는 대상으로 캐릭터가 달라졌다. 심봉사에게 라푼젤의 눈물을 두 방울 정도 줄수만 있었다면 심청이 잠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치유받는 객체에서 치유하는 주체로 변화된 여성 캐릭터의 한 유형이다. 


더 이상 피하지만 않겠어! 내가 어때서!

얼음과 눈을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타고난 엘사는 여동생 안나와 놀이를 하다가 과실로 안나에게 치유가 힘든 냉증을 유발시켰다. 이 놀라운 능력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 일으켰고, 왕실의 분란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일념(안나의 결혼을 엘사가 반대해 안나가 엘사에게 대들었고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엘사가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타에 발각된 사건)으로 가출하여 스스로 몇백평이 넘는 얼음궁전을 지어 혼밥하며 홀로 지낸다. 


하지만, 안나에게 청혼한 한스는 흉한 정치적 목적이 있었고, 이를 알게 된 엘사는 자신의 아이스하우스를 벗어나 안나를 치유하고 한스를 혼내 주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가출, 귀환, 치유, 응징, 회복 등 엑스맨에서 섭외할 만한 능력을 가진 엘사가 자신의 삶을 도피에서 당당하게 노출로 만들어가는 스토리는 피동에서 능동의 여성 캐릭터를 나타낸다.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 내 감정과 만족이 중요해!

쟈스민 공주는 좀도둑 알라딘과의 썸을 종결하고 그를 부마로 만든다. 썸의 원인은 날으는 양탄자, 요술램프의 현혹이 가신 뒤 알라딘 본연의 정체를 알았기 때문이다. 마법사 자파가 왕권을 차지하게 되면 모든 걸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알라딘과 함께 자파와 맞서 싸운다. 선택은 피치 못할 상황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책임지겠다. 자기만족적 결정에 대해서는 후회가 덜 한 법이니까. 쟈스민은 외향적이고, 자유를 좇는 여성 캐릭터이다. 물론, 모험과 도전을 선호한 나머지 많은 난리 속을 헤쳐 나와야만 했다. 


관계도 중요하지만 나를 구속하지는 말아줘!

바넬로피는 오프라인 게임, 아날로그적 전자오락 속 캐릭터이다. 말괄량이이고 레이싱 게임의 선택적 캐릭터였다. 오락기 부품이 고장 나 부품을 구하려고 와이파이를 타고 인터넷 세상으로 로그인되었다. 그곳에서 죽음의 레이싱의 짜릿함을 맛본 후 바넬로피는 랄프를 냉대한다. 랄프는 바넬로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인터넷 세상에 바이러스가 퍼져 마치 매트릭스에서 무수히 많은 스미스가 복제되어 네오를 공격하듯 무수히 복제된 랄프로 인해 바넬로피와 랄프를 비롯한 선량한 디지털 캐릭터들이 고초를 겪다가 랄프가 바넬로피를 독점할 수 없고 진정한 우정은 바넬로피를 구속하지 않고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바이러스는 치료된다. 


바넬로피는 새로운 인터넷 세상에서 죽음의 레이싱을 즐기면서 때때로 랄프의 안부를 물어봐 주면서 어장관리를 하고, 랄프는 그런 현실을 인내해야 한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니가 무라~독사과!

여성에 대해 아직 현실적 한계와 불평등한 처우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점차 여성의 권리와 기회의 평등이 남성의 그것과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비록 결말이 비극으로 마무리되었으나 여성 대통령도 존재했다. 흥행에 성공을 거둔 많은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들은 순종, 순응, 가정, 인내라는 키워드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러한 애니메이션을 반복해서 보고 느낀다. 여성은 도전적이며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신념과 목표에 대해. 남성은 여성의 결정과 선택을 구속해서는 안되고 존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런 관계설정에 대해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목표와 가치를 위해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는 공통적 교훈을 새겨야 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만 보더라도 달라진 여성상, 도전하는 여성 캐릭터가 흥행을 견인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남성이 권리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달라고 외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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