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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27. 2019

문제는 시험지 밖에 있다

일상의 변론

공부가 쉬울까? 일이 쉬울까?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단연코 공부가 더 쉽다고 말하고 싶다. 공부는 혼자서 하면 된다. 물론, 성적이 좋을지 그렇지 못할지는 뒤의 일이다. 공부는 인내를 가지고 반복적 학습을 지속하면 된다. 머리가 좋다면 반복학습의 횟수가 감소하겠지만 보통의 머리로는 반복과 인내가 좋은 성적을 담보하는 것이 사실이다. 공부에 왕도가 없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일은 혼자서 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음식을 만들어 내는 등 독립적 활동으로 일정한 결과물을 창출해 내더라도 소비자라는 관계가 존재해야 한다. 혼자서 하는 일이 소득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그것은 취미일 뿐이다. 일이 예술적인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감상해 줄 관계가 필요하다. 


노력의 결과가 예상과 다르다!

오답 가능성을 최소화하려고 인내를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문제를 풀면 그에 비례적인 결과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거나 부러워하는 기업에 취업하거나 자격을 부여받을 시험을 통과할 수도 있다. 문제가 시험지 내에 있을 때는 자신의 감정과 욕구, 습관 등을 관리하고 노력한다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은 상황이 다르다. 문제가 시험지 내에 있지 않고, 시험범위라는 것도 없다. 애써 배운 것이 현실에는 무용할 경우가 많고 오히려 배운 것과 달리 처신해야 사회에 적응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배움이 쓸모있는 경우는 '배운 것을 티낼 때'가 아닐까 한다. 


일도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는 비례적인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일에는 늘 반대편에 또는 같은 연장선 상에서 관계가 있기 때문에 홀로 땀흘린다고 해서 원하던 결과를 반드시 보장받지는 못한다. 포커페이스가 될 필요도 있고, 로비도 해야 하며 때로는 아첨을 하기도 하고, 전시적으로 자신의 업적을 드러낼 필요도 있다. 


문제의 대부분은 시험지 밖에 있다!

인생이 고달프고 고단한 이유는 연속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문제를 해결하면 또다른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에 있다. 그리고, 문제의 해답은 시험지 내의 5개 선택번호에 있지도 않다. 살아간다는 것은 시험지 밖의 문제를 만나 주관식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 해답은 나에게만 있지 않고 관계에 연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일보다 공부가 더 쉽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다. 특정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선택할 번호 5개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덩그런히 괄호만 빈 공간의 양 끝에 매겨져 있어서 그 안을 어떻게 채울지가 고민이고 스트레스다. 


시험성적이 좋든 그렇지 않든 누구나 시험지 밖의 문제로 고민해야 하고, 이는 관계 속에서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위로를 얻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며 때로는 안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괄호 안에 채워 넣은 답안이 정답이라고 체점해 줄 사람은 없다. 그저 답일 것이라고 믿고 살아가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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