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나이가 들면 온몸 구석구석 아프기 시작하고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 서글프고 우울하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사건이 아니다. 얼굴도 푸석해지고 기미도 늘고 주름도 늘어만 간다. 머리숱은 적어지고 기력도 달린다고 느낄 때가 잦아진다. 자연계에 있는 동식물을 통틀어 늙고 시들어가는 생명체는 매력이 없다. 생기, 숨이 몸과 정신에서 어딘가로 점점 빠져나간다.
나이가 들고, 늙어간다는 것은 나쁜 점만 있는 것일까?
나이가 들어가고 늙어간다는 사실은 어떤 생명체에나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생성-소멸. 그 일련의 과정은 창조주가 정했든, 미지의 무엇이 정했든 거스를수 없는 법칙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대해 우울해 할 수만은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한편의 영화처럼 때가 되면 막이 내려지는 것처럼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행복해진다는 누군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지 않다. 나이가 들면 목표치가 낮아지고 불만과 분노의 표출도 줄어든다. 세상, 현상, 사람이 이해가 되고 결론에 대해 대체로 짐작할 수 있어 젊은 시절과 같이 혈기를 끓어올려 분개하지 않게 된다.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일 따위의 부질없음도 깨닫게 된다.
내려놓기!
나이가 들면 많은 것들을 내려 놓을 줄 안다. 내려놓는다는 것과 포기와는 구별된다. 내려놓음은 마음에서 집착과 미련을 심각하게 키우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최선을 다 하지 않는 포기와는 구별된다.
나이가 들수록 이해와 포용이 순조로워지고 낮은 곳, 작고 사소한 것, 너무 빨리 달려서 스쳐지난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깨닫는다. 길가 무명의 꽃들,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밝아오는 것, 귀여운 손주들이 떼를 쓰는 것, 청량하게 불어 볼을 스치는 바람, 씁쓸한 술을 마시며 욕지거리를 마음놓고 할 수 있는 친구가 살아있는 것 등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의 소중함이 절실한 행복으로 다가온다.
책임을 벗고 지혜가 생긴다!
나이가 들면 부양, 업무 등의 책임에서 벗어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다. 삶을 관조할 줄 아는 지혜가 생겨 행복이 저멀리 어딘가에 있지 않고, 늘 주변에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인지능력이 생긴다. 행복은 성공, 재물, 지위와 같은 것에서 샘솟지 않고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평범하지만 진정한 진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우울해 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행복해진다. 내려놓고, 둘러보고, 감탄하며 소중한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행복감을 제공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주어진 시간들이 값지게 다가오고 행복을 찾는 지혜로 더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