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태어나면서 구별되는 남녀의 성징을 1차 성징이라고 하고, 남녀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성적 특징이 나타나는 것을 2차 성징이라 한다. 성정 호르몬, 성 호르몬이 생성되면서 엉덩이가 커지고, 근육이 늘어나며, 월경이 시작되고, 가슴이 불룩해지고, 생식기가 커지고 주변에 음모가 자란다. 물론, 신장과 체중도 증가한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변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간다.
3차 성징!
한 때는 호르몬 덩어리라고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면 40대, 50대를 거치면서 호르몬 감소시기를 겪게 된다. 남녀간 성징이 크게 차이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3차 성징이라고 부르고 싶다.
3차 성징은 갱년기라고 불리는 이해하기 힘든 말로도 불리울 수 있다. 사람의 노화, 퇴화증상이 역력히 드러나는 시기임에도 '다시 갱(更)'을 사용한 걸 보면 아마도 위로와 격려, 치료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하지만, 3차 성징이라는 용어를 굳이 사용하는 이유는, 갱년기와 달리 일정한 시기가 아닌 시기에 갱년기 증세와 비슷한 증세가 개인적 환경과 특성에 따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 사용하기로 한다.
남성의 3차 성징!
남성을 남자답게 만들어 주던 호르몬이 감소하고 현대 사회는 남성성(수렵, 채집 등)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이기 때문에 변화에 둔감할 수 있다.
신체적인 3차 성징은 주로 만성 피로감, 기억력 감퇴, 성욕 저하, 성기능 저하, 근손실, 지방증가, 골육 약화 등 경쟁과 임무수행에 필요한 요소는 감소하고 불필요하고 질병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는 증가한다.
정신적인 3차 성징은 짜증, 분노가 자주 일어나고 호전적으로 변한다. 갑자기 우울해지고 삶의 허무가 자극없이 일어난다. 불면의 시간이 늘어나고 지난 시간과 남은 시간 사이에서 갈등하거나 불안해 한다. 몸에서 열이 나기도 하고, 피가 제대로 배차시간을 지키지 않는 느낌도 든다.
30대의 남성은 20대처럼, 40대는 30대처럼, 50대는 40대처럼, 60대는 50대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감소된 체력과 정신력 덕분에 바이러스와 스트레스와의 교전에서 이기기 힘들어지고, 해 오던 모든 것들이 버겁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착각과 현실은 차이가 있음을 절감한다.
'기분 더러워 지는 날'이 많아지고, 술로도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 3차 성징으로 남성은 중성이 되어간다. 외로움도, 나약함도, 박탈감도 과거보다 또는 인식하지 못 했던 그 어느 때보다 더 느끼게 되고, 주책없이 안구에 습기가 차기도 한다.
여성의 3차 성징!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어 주는 호르몬의 변화로 몸이 뜬금없이 화끈거리고, 식은 땀이 나거나 심박동이 심해지는 현상을 자주 겪게 된다. 골밀도도 낮아져 뼈에 구멍이 생기기도 한다.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분량도 일정하지 않다가 폐경이 된다. 신이 여성에게 부여한 신비로운 축복인 임신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성욕이 감소하고 성교통에 가까운 증상을 겪기도 한다.
여성의 3차 성징은 심리적 측면에서 변화가 두드러지게 발생한다. 감정기복이 심해지고 이유모를 불안감, 우울감에 시달린다. 건망증도 심해지고 매사에 자신감도 떨어진다. 신체적 기능이 저하됨에 반해 정신은 오히려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진다.
발생시점이 일정하지 않는 3차 성징!
현대 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신체활동보다는 정신활동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환경이다. 뇌와 마음이 편하고 길게 쉴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갱년기를 겪은 이후에는 죽음이 임박했지만, 현재는 갱년기 이후에도 수십년을 더 살아야 한다.
문제는 갱년기 증세와 중첩되는 3차 성징이 통계적인 평균 나이대에 발생하는 경향보다 더 이른 시기에,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연령을 무시한 동일한 생활패턴이 뇌에 부하를 주어 테스토스테론, 도파민, 세로토닌, 에스트로겐 등 각종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고, 신체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사실을 사실대로 수용하지 않은 채 어제, 과거처럼 일하고 활동함으로써 3차 성징적 증상이 때이른 시기에 발생하거나 완치되지 않고 빈번하게 반복된다.
마초적인 남성성을 선호하지 않듯 순종적인 여성성을 요구할 수 없다. 여성에게는 남성과 동등한 사고양식과 행동패턴을 요구하고 전사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만연하다. 여성이라는 특질 때문에 승진에서 밀리거나 합격하지 못 한다면 법과 여론이 가만두지 않는다. 여성은 여성성을 품안에 품고 남성처럼 행동하고 사고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버거운 숙제를 하면서 다량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남성 역시 근대사회에서 담당하지 않았던 역할들을 수행해야 한다. 가사, 육아, 남성 뿐 아니라 여성과의 경쟁을 해야 한다. 에너지는 유한하기 때문에 쓰면 쓸수록 3차 성징적 특징은 이른 시기에 발생한다.
치료와 위로, 공감과 소통!
3차 성징적 특징이 갱년기적 증상과 중첩되거나 번아웃 증상과 중첩되거나 중요한 사실은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우리 자신에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반드시 50대 전후, 폐경 전후의 시점이 아니라도 말이다.
신체적 증상은 운동과 약물, 수술 등으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암과 같은 불치병으로 사망할 확률보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이 높은 세상이 되었다. 정신적 증상 역시 일정 부분은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증명하기 어려운 영적, 심적 부위가 있다. 호르몬의 문제라면 약물로 대처할 수 있겠지만, 영적인 부위, 심적인 부위에서 일어나는 감정기복, 우울감, 불안감, 기분 더러움증은 위로와 소통, 그리고 공감이 처방되어야 한다.
자신만 온리하게 겪고 있는 경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덜 외롭다. 게다가 위로, 소통을 통해 개인의 개별적인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을 통해 공감할 때 치료법이 발생하고 증상재발이 저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