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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프다 #11 갈등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갈등은 적어도 피곤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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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간, 국가간, 계급간, 진보 vs 보수, 좌파 vs 우파, 여당 vs 야당, 이익단체 vs 피불이익단체, 동종 업종간, 조직내 구성원간, 가족간, 여성과 남성간 갈등의 종류와 무게는 차이를 달리하지만 갈등과 대립은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결과에 있어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떤 갈등이든 해결책을 찾아 해소하면 좋을 것이나, 최소한 갈등이 현 상태에서 증가하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듯한 그런 종류의 갈등도 있다. 갈등을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으로 목격하고 청취할 기회가 대폭 증가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로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접적 고통을 맛보지 않더라도 피로는 누적되어만 간다.


갈등을 취급하는 두 가지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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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표면적으로 가시화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일정한 목적과 동기에 의해 갈등을 이슈화시켜 자신의 뜻에 맞는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키워나가는 유형과 갈등은 상존하며 해소할 수도 없고 갈등에 개입을 원치 않고 외면하거나 묵인하는 유형이 있다.


갈등을 바라보는 두 유형 중 어느 유형이 더 바람직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갈등의 양상에 따라 때로는 있는 그대로 둘 필요도 있고, 적극적으로 해집어서 떼어내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갈등을 취급하든 갈등이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어서는 공통분모가 있다. 갈등이 표면 위에 있든, 그 아래에 있든 갈등 안에 있거나 바라보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고 피로를 느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문제는 갈등을 외면하거나 묵인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 중립유지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 상황, 어느 하나의 견해에 동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집단 내에서 살아가야 하는 필연 때문에 내심과 달리 집단적 사고와 행동강령에 따라 사고하는 척, 행동하는 척 하며 살아가야 그나마 편해지는 상황이 분명 존재한다.


남녀갈등과 신구(新舊)간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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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갈등 중 남녀간 갈등은 유사 이래 존재해 왔고,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오랜 편견으로 인한 부당한 대우에 대해 회복을 위한 투쟁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남성간의 갈등은 특정 사건이나 상황으로 논쟁의 주제로 비정기적으로 등장한다. 상당한 진척이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남녀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듯 하다.


여성은 열등평가로 인한 부당한 처우 때문에 스트레스를, 남성은 점차 기득권에 대한 상실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양자 모두 피로가 누적되어간다.


개인적으로 주목해야 할 갈등 종류 중 하나는 신구(新舊)의 갈등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구세대와 신세대가 겹쳐 생활하는 것도 모자라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하는 관계,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관계가 되었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정의가 모호하기 때문에 구세대를 보수, 신세대를 진보라고 구분할 수는 없다.


주로 먹거리와 정치체제와 관련해서 구세대의 입장을 고려해 정년을 늘리면 청년 일자리가 줄고, 연금지급시기가 길어지면 부담이 신세대에게 전가된다. 구세대의 집단적 사고는 신세대의 집단적 사고와 여러 측면에서 배치되고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구세대의 집단적 사고는 낡고 개선되어야 하는 대상이고, 신세대의 집단적 사고는 구세대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지 못 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치부된다.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아버지가 사망하면 그 사고와 체계는 상속하지 않는 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구세대가 여전히 건재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에 갈등의 주체로서 당사자자격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신세대의 집단적 사고는 구세대를 이해하고 포용하기에는 세상이 변해서 타파해야 할 것들이 많은 것으로 인식한다.


신세대의 집단적 사고는 구세대가 누린 여러 효용과 편익의 결과 환경문제, 비싼 세금, 일자리 문제, 필요없는 인프라(신세대의 견해에 따르면)의 해체, 시대착오적인 이즘(공산주의, 자본주와 같은)적 사고에 대해 경멸하는 입장을 취한다. 하지만, 구세대의 집단적 사고는 신세대들에게 이 터전을 물려주려니 걱정이 앞선다.


갈등의 본질과 공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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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존재해 오던 갈등에 대해서는 접근법, 완화법을 경험으로 축적하고 있다. 완전한 해소는 공동체로 섞여 살아가는 한 불가능하지만, 덜 불만족한 접점을 찾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남녀간 갈등도 크게 보면 이런 유형에 포함시키고 싶다.


그러나, 신구간의 갈등은 각 주체의 집단적 사고에 대해 이해하지 않는 한 다른 접근법이 전무한 상태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질 수 밖에 없다는 법칙 아닌 법칙은 부모자식간이 아닌 신세대 전부와 구세대 전부간에 적용될 수는 없다.


신구의 각 집단적 사고의 차이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 접근법이 전혀 다를 뿐 아니라 해결책도 전혀 다르다. 보수와 진보, 야당과 여당, 좌우와 우파로 부분집합을 만들기가 어렵다. 교집합이 과연 존재하는지도 의문이다.


신구간의 갈등은 향후 매우 심각한 갈등으로 랭크될 것 같다. 공론화하고 화합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위한 접근법을 강구해야 할 시기라 보인다. 희망적이라면 갈등은 상존해 왔지만, 이 지구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결책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집단적 사고의 차이는 대립하는 토론의 패널 중 하나를 설득하는 수준과는 다르다. 늑대가 호랑이처럼 키웠다고 생각하고, 늑대인 호랑이는 늑대의 삶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결과는 매우 암울하다. 이로 인해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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