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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윤소평변호사 Jun 11. 2019

이혼 ; 불륜의 이유 3

법과 생활

때가 되면 식상하기 마련이다!

도서관을 가면 일정한 좌석에 앉게 되고, 주차를 하면 일정한 공간에 주로 주차를 하게 된다. 사람은 일정한 반복행동 끝에 습관이 형성되고 습관이 되면 의사결정을 생략하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성, 부부도 마찬가지이다. 생활습관이 형성되면 상대방의 감정이나 사고에 대한 탐구를 하지 않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추측해서 판단하고 습관처럼 상대한다.

데이트의 패턴, 성적 교합의 패턴 등도 일정한 반복과 시간이 경과하면 습관처럼 되어 버리고 고도의 의사결정을 생략하게 된다. 습관이 되어버리면 희열과 흥분은 감소하고 식상하게 된다. 흥미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흥미가 없으니 당길 재미도 없게 된다. 이런 순환은 지속되고 상대방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떨어진다.

사람과 이성!

이성, 부부가 익숙해지면 편해진다. 편해지면 무관심해진다. 무관심은 에너지를 남긴다. 남는 에너지는 다른 곳으로 그 사용처를 찾게 만든다. 옆에 여자친구나 배우자가 있더라도 다른 이성에게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은 본능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익숙한 이성, 배우자에게서 느낄 수 없는 성적 흥분이나 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대부분 곁눈질 수준으로 다른 이성을 넘보는 단계에서 자제된다.

일정한 상황, 남녀가 섞이는 모임, 동호회, 그와 같은 기회나 계기가 있으면 남녀가 한 자리에서 일정한 대화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기회를 가지게 된다. 곁눈질할 때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 전개되면 다른 이성에게 성적 관심이나 흥분, 쾌감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솟아난다.

술, 분위기, 조명, 대화, 공감, 소통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다른 이성이 자신의 어느 부분과 잘 부합한다는 느낌을 주고 받으면 통제나 봉인에 의해 고이 간직되어 있던 성적 욕구가 해제될 수 있다. 불륜은 익숙하고 안락한 상태를 교만과 기만으로 걷어차고 불안한 항해를 시작하는 도전이다.

비교대조군이 생긴다!

인간은 성관계 장면을 타인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성관계에 대해 일부 금기시하는 철학도 있었고, 맨몸과 성기를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을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게 된 원죄에서 비롯된 본능일 수도 있다.

불륜은 대체로 자신들을 알아볼 사람이 없는 장소나 밀폐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성적 흥분과 관심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연인과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과 기만에 대한 강박은 후순위로 밀려나 버린다. 성적 교합의 패턴도 다르고, 촉감과 감정상태, 대화의 내용도 부각된다. 익숙한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비교대조군이 생겼기 때문이다.

연인과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는 약속, 구속, 의무와 책임이 부여되어 있고, 그리고 신뢰원칙이 준수되어야 한다. 불륜관계에서 이러한 의무와 책임, 신뢰원칙의 준수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강도와 준수의 척도는 비교될만큼 가볍다. 마치 불륜에서는 상호 구속이 없는 자유로운 개별 실존으로 존중하고 존중받는다는 착각이 든다.

빙산의 일각!

연인, 부부는 비교적 장기간의 탐구와 갈등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불륜은 대체로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 연인과 부부는 상대의 여러 면을 관찰하고 인지와 수용을 거치지만, 불륜은 많은 것들이 생략되고 성적 흥분에 도취되어 중요한 요소들이 부수적인 것으로 되고 만다.

오래된 연인, 부부 역시 상대방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하고 인지할 수 없다. 자신이 변하고, 상대가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하고 편하고 식상했기 때문에 관계 형성 이전의 수많은 질문들이 더 이상 표출되지 않을 뿐이다. 하물며 불륜은 많은 질문들이 생략되고 듣기에, 보기에 선호될만한 모습들이 연출되고, 공동생활 전체를 공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느껴진다.

불륜은 일각을 보고 빙산 전체에 대해 높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갈구하게 되고, 각자 별개로 돌아가야 할 일상과 현실이 개별 존재하기 때문에 아쉬움마저 생겨 불륜관계를 낭만스럽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