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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22. 2019

이혼 불륜의 이유 4

법과 생활

불륜(不倫)은 윤리적이지 않다는 의미로 어그러진 인륜(人倫), 인륜에 위배됨, 도덕에서 벗어난 것 등을 의미한다. 영어로는 affair, adultery, infidelity, liaison, unfaithfulness 등 늬앙스가 다른 단어들로 표현된다. 하지만, 흔히 '불륜'이라고 하면 성적 결합이 허용되거나 약정된 남녀관계 이외의 이성이든, 동성이든 제3자와의 성적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immoral intimacy, illicit love). 


불륜은 어떤 이유와 경로로 '바람피우는 행위나 관계', 그러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미가 변화되었거나 축소되었다. 


그 여자, 그 남자 누구냐고!



어떤 부부나 연인의 경우에는 자신의 상대가 다른 이성과의 성적 결합에 대해 사전동의를 하거나 사후승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폐지된 간통죄에 있어서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사전동의) 또는 유서(사후승낙)한 경우에는 고소를 할 수 없었다. 간통죄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고소없이는 수사, 재판이 진행될 수 없었다. 


'스와핑'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부부나 연인이 다른 이성과의 성적 결합이나 교제를 불허하지 않는 '개방적(?)'인 경우에는 불륜은 성립하지 않는다. 불륜은 권한이 있는 배우자나 연인이 제3자와의 성적 결합이나 교제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논할 수 있다.


집단적 분위기!




지양되어야 할 행위나 금지되어야 할 행위에 대해 충분한 인식을 가지고 지양의무와 금지의무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쉽게 무너지는 순간은 집단적 분위기가 한몫을 차지한다. 


가령, 친구들 모임에서 5명 중 1명이 배우자 아닌 제3자와 성적 결합과 교제를 하고 있다고 해 보자. 소위 '애인', '섹스파트너'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제3자와의 관계를 보유하고 있는 구성원이 침묵을 깨고 내밀한 비밀을 폭로(?)한다면 나머지 구성원들의 반응은 감탄과 흥분이다. '어떻게 그럴수 있냐', '부럽다', '조심해라' 등등 다양한 평가가 쏟아진다. 


문제는 불륜사실의 토로현장에서 관계가 긴밀하고 친숙할수록 '불륜'에 대한 문제의식, 금지의무와 지양의무에 대한 의지가 희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일면식 없는 사람들의 불륜소식과 친밀한 친구의 불륜소식을 접하는 태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대부분 여전히 금지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는 당위를 품고는 있지만, 배우자나 연인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불륜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며 성적 결합과 교제를 요청하면 이전에 없던 '용기'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집단적 분위기와 친밀한 비교군에서 얻은 의지의 희석이 불륜에 대한 막연한 상상과 두려움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고, 실행의 착수를 좀더 용이하게 만들수도 있는 문제이다. 


기만과 기망!


현재까지 기만과 기망을 할 수 있는 존재는 사람이 유일하다. 동물이나 기계는 기만행위를 할 수 없다. 물론, 향후에 강력한 AI가 출현하면 기만과 기망이 프로그램에 의해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불륜에 착수해서 기수에 이르기까지 당사자의 뇌리를 들여다 보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한다. 호기심, 성적 흥분, 신선함이 지배적이고, 소량의 죄책감이 잔존하고 있다가 죄책감이 더 커지는 상태로 전개된다.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는 관계일 경우, 영원히 배우자나 연인으로 하여금 인식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기만과 기망이 발생한다.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특정 제3자와 불륜이 지속되거나 한번의 경험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불륜을 감행하게 된다면, 점차 죄책감은 감소하지만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기만술과 기망술은 더 정교해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한다고는 했지만' 기만과 기망이 허술할 수도 있어 배우자나 연인에게 발각될 수도 있다. 


분리된 자아와 세계!


불륜의 동기와 목적이 어떠하든 불륜당사자는 자아가 분리될 수 밖에 없다. 일정한 의식은 이곳에, 나머지 의식은 저곳에 머문다. 의도하지 않게 배우자와 연인은 공유관계에 진입하게 된다. 불륜의 결과로 비교군을 경험하게 되고, 이곳과 저곳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없다면 두 플레이스가 안정적으로 존속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100% 이 곳에 있던 자아는 일정 비율은 저 곳에 있다. 저마다 다르겠지만 죄책감, 강박감을 느낄 수 있고, 두 곳 중 어느 한 곳에 치중한 나머지 나머지를 방임하는 태도를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식이든 자아가 분리되고, 같은 세상 속에 다른 공간으로 분리된다. 원상복구의 노력을 통해 자아를 조립하고 분열된 세계를 조합하려고 해도 뇌리에 새겨진 기억과 경험은 망각되지 않는 기억저장소에 차곡하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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