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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etter life

우리는 아프다 #16 소통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삶이라는 경기장에 들어서면 이미 다 만들어진 인간이기 때문에 각자의 고집을 다른 사람이 수정하기란 거의 불가능한다. 고유한 사고, 감정, 고집을 수정하고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어떤 수준에 맞출 수 있는 것은 개별적인 그 사람일 뿐이다.


삶은 때로 무책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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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떤 각도에서 보면 매우 안정적이고 변화가 어려운 공고한 시스템처럼 보인다. 나 하나쯤은 보살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을듯하고, 어릴 적 잘못을 저질렀을 때, 대신 용서를 구하고, 위로를 해 주던 부모님처럼 이 커다란 사회가 나 하나쯤 돌봐줄 여유는 있을 듯 하고, 그 속에 나 하나쯤 관심을 가지고 등을 도닥거려줄 이가 저 반대편 어딘가에 있을 법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데, 명백히 하루에도 일정한 사람들과 늘 하던데로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를 맺고 있고, 특히 함께 사는 가족의 경우 싫어도 대면을 피할 수 없는 생활을 이어간다. 그런데, 내가 잘못하고 있는지, 잘 하고 있는지, 내심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고통에 대해 사실은 아무도 관심이 없고, 철저하게 무지한 것 같다.


알고 있는 교훈이 큰 감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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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에 잉크가 마를 때 쯤이면 세상에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해야 하며,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쯤은 안다. 그리고, 인생은 고통의 바다로 이어진 다리라는 것쯤도 알고 있다. 그런데, 너무 버겁고 힘들다고 느낄 때 명확하게 알고 있는 이러저러한 교훈들, 학습내용들이 그다지 큰 약발이 없는 것일까.


SNS나 블로그, 전화 등 수백에서 수천명이나 나를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서로 최대한 긍정적이고 좋은 모습을 뽐내기만 할 뿐, 진정한 대화나 위로를 느낄 수가 없다. 소통한다고 하면서도 진정한 대화와 다독거림은 메신저로는 안되는 모양이다.


가장 큰 힘이 되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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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보다 힘있고, 똑똑하고, 잘 나가는 사람이 내게 하는 말이나 위로, 나 보다 못한 사람, 덜 똑똑한 사람, 잘 못나가는 사람이 내게 하는 말이나 위로는 진실로 힘을 얻고 충전되는데 어딘가 부족한 구석이 있다. 잘난 척하듯 사람을 하대하는 것과 같고, 못난 사람이 주제넘게 충고하는 것처럼 들린다. 위로를 구하는 순간에는 상당히 내심이 뒤틀어져 있기 때문에 타인의 공감이 진실로 수용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런데, 진실로 힘이 되는 말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있다면, 나와 비슷한 처지나 상황에 있는 사람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드러나는 표정과 축쳐진 어깨만으로도 그 사람이 나의 처지나 형편을 알고 있는 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동질감이란 비슷한 처지와 상황에 있는 사람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로그인이다.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이유는, 자신의 상처와 고통, 짐을 제대로 오픈하지 않기 때문인데, 내가 빠져 있는 늪과 비슷한 늪에 빠져 있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에게도, 그로부터도 힘이 되거나 힘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의 경험을 맛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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