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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etter life

문득 선량해 보이는 이웃사람들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이름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스치다!

어떤 이유로 누군가는 '집-회사'의 단일한 루트를, 누군가는 '집-회사-제3의 장소'의 변화가 있는 루트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반복적인 루트에서 인사를 나눈 적도 없고, 이름도 모르지만 자주 마주치는 사람도 있고, 아무 인식작용없이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이름모르는, 사연모르는 사람들을 스칠까.


직장에서 나오는 길에, 그리고 건물 복도에서, 교차로 보행신호를 기다릴 때 정적으로 스치거나 동적으로 스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그들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저 특정 시각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였다는 의미없는 사실 정도가 전부이다.


문득 사람들이 선량해 보인다

열을 맞춰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안의 기사아저씨, 버스에서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 거리를 정리하는 환경미화원, 한 차선 떡하니 차지하면서 짐을 내리는 탑차의 기사아저씨, 배달가는 다소 난폭한 오토바이 운전자들, 오피스텔 사라며 티슈를 건네주는 사람들, 저녁 손님맞이를 준비하며 부풀어 오르는 풍선형 입간판을 손질하는 가게주인, 편의점에서 생기없이 바코드 인식기만 오락가락하는 아르바이트생, 유심히 지나는 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모양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들에게는 무관한 타인으로 비춰질 것이다.


나를 둘러싸고 스쳐지나가는 많은 타인들이 각자의 사연과 고통, 즐거움, 행복과 불만을 품고 살겠지만 스칠 때의 모습은 문득 선량해 보이는 이웃들이다. 서로 알지는 못 하지만 반복적인 일상이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문득 선량해 보이는 이름모를 이웃들 때문이다. 나 또한 그들에게 문득 선량해 보이는 이름모를 이웃으로 비춰지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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