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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26. 2019

기술과 범죄

일상의 변론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보통 표현한다. 악인이 기술을 악용할 수 있고, 선한 목적으로 활용할수도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기술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있다. 의료기술은 질병의 치료를 통해 생명연장과 건강회복이라는 유익한 효용을 가져다 주지만, 무기와 같은 전쟁기술은 사람을 살상하는데 그 존재의의가 처음부터 있었다. 무기와 같은 전쟁용기술이 평화유지를 위해 방어수단으로 이용될 경우에는 악한 평가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기술은 신종범죄를 양산한다

기술은 다분히 기능을 보유할 뿐 가치는 추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기술의 선용과 악용은 사용자의 의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결론짓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기술이 새로운 범죄를 유혹하고 발생시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례로 최초의 디지털카메라는 1975년 미국 코닥에서 발명했다고 하는데, 1만화소 정도로 촬영된 사진은 카세트 테이프에 저장되었다. 카메라의 크기가 너무 크고 사진 1장 저장하는데 23초 정도 소요되고, 그것도 흑백사진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노키아가 1996.경, 아이폰의 경우 2007.경, 삼성갤럭시S는 2010.에 출시되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는 2012. 12. 18.경 전문개정되었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점차 컴팩트화되었지만, 크기와 촬영소음, 촬영자세로 인해서 타인의 신체를 몰래 찍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디지털카메라가 내장되면서 외부로 표시가 없고(렌즈만 드러남), 촬영소음도 없고(현재는 찰칵소리가 나도록 강제하고 있음), 촬영자세라고 보일만한 외형을 갖추지 않고 타인의 신체를 촬영할 수 있다. 앞서 말한 죄명은 기술의 악용으로 인한 처벌을 위해 마련되었다. 법이 제정, 개정된 이상 기술악용에 대한 도덕적 비난으로 그치지 않고 비로소 범죄가 된다. 


기술의 악용을 예상해서 처벌규정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기술이 출현하고 기술이 상용되는 과정에서 악용으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면, 제재를 위한 입법이 뒤따른다. 처벌규정은 과거로 소급해서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법이 만들어진 이후 악용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 법치주의 중 죄형법정주의 때문이다. 


입금, 송금, 인출할 때는 은행창구에 가서 사람을 직접 대면하고 직접 서류를 작성해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해킹, 보이스피싱, 전자정보의 불법적 대여 등에 관한 처벌규정, 전자금융거래법과 같은 법이 없었다. 전자지급(결제), 자동이체와 같은 담당자를 대면하지 않고, 어떠한 서류도 작성할 필요가 없는 뱅킹기술이 악용되어 피해가 속출하자 법이 마련되어 죄가 생기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할 때, 기술이 악용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처벌규정을 사전에 제정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권침해나 제한과의 균형조절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게다가 우리네 입법자들(국회의원)들이 기대만큼 근면하거나 스마트하지도 않다. 사후약방문의 자세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현실화되지 않은 우려와 가능성만 두고 법을 제정하는 것으로는 정치적 관심을 모으기 어렵기도 하다.


기술개발시부터 가치편향적이어야!

과거와 달리 기술은 본래 중성인데, 사용자의 선악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향후 도래할 기술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저급하든 고급스럽든 의식을 가질수 있다고도 예상하는 견해들이 있다. 어쩌면 감수성도 함유할수도 있다고 점잖은 예상도 하고 있다. 


기술의 클래스가 이전과는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시부터 법의 견제가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는 기술을 악용한 사용자만 처벌했지만, 향후에는 기술개발자를 처벌할 필요도 있다.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 A만 처벌할 뿐, 애플이나 삼성을 처벌하지 않았지만, 하자있는 AI나 블록체인 등의 개발자, 제작자를 처벌할 필요도 있다. 게다가 해당 로봇, AI, 블록체인 등을 처벌할 필요도 있다. 징역을 살리게 할 수 없겠지만 폐기와 같은 식으로 사형을 선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기술은 개발시점부터 인간에게 유익하게, 보편타당한 가치를 준수하도록, 공동체 의식에 부합하는 기능만을 수행할수 있도록, 집단적 사고에 배치되는 연산을 못 하도록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기술은 더 이상 가치중립적일수 없고, 가치추구로 개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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