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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l 05. 2019

꿈 2

일상의 변론

어제 꿈은 이렇다. 주소를 알 수 없는 인형뽑기샾에 갔다. 많은 인형뽑기 기계들이 즐비해 있는데, 유독 구석에 놓여진 인형뽑기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만원 짜리를 모두 500원으로 교환한 후 그 기계 앞에 섰다. 만원짜리 종이가 500원짜리로 두루룩 떨어지는 소리가 잭팟이라도 걸린 듯한 야릇함을 주었다. 


돈 투입구에 만원짜리를 통째로 넣으면 2회 더 할 수 있다는 글귀가 쓰여 있는 걸 보고, 500원짜리 동전으로 바꾼 걸 후회하면서 동전을 몇 개 집어 넣었다. '야바위' 기계에 희망과 돈을 잃어 본 경험이 한두해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나름의 작전이라고 할까. 

최대한 토이 크레인의 발에 잡혀서 놓쳐질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목적 인형을 수색하고, 드디어 집어 든다. 이게 웬일인가. 단 한번의 시도로 통통한 인형이 출구로 나왔다. 이미 넣어둔 500원짜리가 몇 개 기계 속에 있으니 성패에 관계없이 몇번더 뽑기를 해야 한다. 


마음에 들지만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인형에 눈길을 돌린다. 이미 하나 뽑았으니 마음이 여유롭다. 까짓 안되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꿈속 버젼으로 밀려든다. 이건 또 웬일인가. 마음에 든 인형도 성공이다. 출구로 나왔다. 오늘은 뭘 해도 되는 날이구나 싶다. 아직 미리 삽입한 500원짜리가 남았기 때문에 한두차례 뽑기를 더 해야 한다. 마음은 더 한결 가벼워지고, 실패에도 낭만을 부릴 수 있을 듯 하다. 


세번, 네번을 해도 마찬가지이다. 100%의 파지율을 기록한다. 손에 쥔 500원짜리 동전 모두를 기계에 넣는다. 손에서 돈 냄새가 살짝 나는 듯 하다. 기계 속 감금된 인형들이 줄어든다. 인형을 실어나를 손이 부족해 어디선가 가방을 구해다가 출구로 나온 인형들을 일부 넣었다. 그런데, 아직 만원을 다 쓰지 않았다. 


샾 주인이 내게 온다. "그만 뽑으시면 안 될까요?". "너무 잘 하시는데, 이러다 망하겠어요!"라고 한다. 이 부탁을 들어줘야 할까 고민한다. 기계를 들여다 보니 허접한 인형 몇 개만이 남았고, 대부분의 인형은 내 가방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만 두기로 한다. 그런데, 샾 주인이 다시 오지 말아달라며 여비까지 챙겨준다. 꿈에서 깨어난다. 삶에서도 이런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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