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에세이
경력과 경험이 미천하던 시절에 이혼상담 의뢰가 들어오면 지체없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착각에 빠졌던 적이 있다. 부부의 사생활, 내밀한 개인영역의 사건(?), 사연을 제3자인 변호사에게 울분을 섞어 토로할 정도면 사건을 맡아 이혼소송을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혼상담을 하더라도 바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보다 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혼의 방법, 절차, 기간, 효과, 비용, 상담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확률적 검토 등을 상담으로 확인한 후 망설이기도 하고, 이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기 때문에 선뜻 소송을 제기할 용기도 나지 않음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은 당사자의 분노, 우울, 억울, 고민 등을 어슴프레 감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소송에 대한 직업적 지식으로만 똘똘 뭉쳐있었을 때는 대화 내용 너머에 존재하는 당사자의 실감, 감정, 사고의 요동 등을 알지 못 했다. 그래서, 이혼상담을 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에 바로 사건이 수임되어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보다 더 오랜 고민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소송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누적적 경험의 결론이다.
물론, 이혼상담자가 이혼소송을 제기당한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방이 소를 제기해 소장(부본)을 수령했다면 어떤 식으로든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답변을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요구대로 법원이 판결을 내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제기당한 당사자와의 상담은 상담시기와 인접한 시기에 사건이 진행될 수 밖에 없다.
또한, 몇일전, 몇주전, 몇달전 상담자가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상담시로부터 1년넘게 지난 후에야 사건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이혼이란 그만큼 용단을 요구하는 일인 것이다.
다만, 이혼상담을 하고 난 당사자가 먼 훗날 실제 소송을 제기하기로 마음먹은 경우에 차이점은 다소간의 증거를 챙겨온다는 점이다. 처음 상담시에도 일정한 증거가 있는 경우가 있지만, 상담 후에는 증거를 보다 더 충실하게 준비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담자들이 특정 변호사와만 상담하지 않고 여러 로펌에서 상담을 받기 때문에 여러 요소에 의해 선택받지 못 할 수도 있는데, 기억에 남겨진 경우에는 항소를 제기하기 위해 재방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혼을 권유하지 않는다. 가시적인 문제점만 메스로 도려낼 수 있다면 회복가능성이 많은 인간관계가 오히려 부부관계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케이스의 경우에는 이혼으로 관계를 정리하고, 새롭게 인생을 계획하고 가꾸어 나갈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답변태도에 있어 좀더 적극성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혼을 강권하지는 않는다.
진실로 부부관계의 실질적 내막은 부부만이 알 수 있을 뿐, 제3자가 들어서 지득한 내용만으로는 해당 부부의 실재를 전부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혼하는 것이 맞다, 아니다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법률적 판단만이 아니라 생활적, 상식적 판단도 함께 개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 포스팅 둘러보기!
https://blog.naver.com/ysp0722/22156123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