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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15. 2019

설리 사건과 관련하여

일상의 변론

노땅이라 설리가 누군지는 모른다. 막내 여직원에게 물어보니 FX라는 걸그룹 가수라고 한다. 그리고, 좀더 나이가 있는 직원이 "노브라, 걔요!"라고 발언권을 주지 않았는데, 발언한다. 자살이라는 사건보다 '노브라'라는 단어가 기억에 더 남는다. 재판을 다녀온 후라 속보로 조국사퇴가 떴고, 그 다음 설리자살 기사가 떴는데, 아무 검토가 없던 상태에서 조국사퇴와 설리자살이 관련성이 있는 것인지 잠시 의문을 품었다.


조국사퇴는 그들만의 메뉴얼에 의해 진행될 것이었고, 연예인 자살사건은 그리 희소성있는 뉴스거리는 아니었지만, 두 소식이 시간적 근접에 기해 포털을 도배하니 그 상관관계에 대한 의문이 들었던 듯 싶다. 


두 사건은 견련성이 없는 것이지만, 유사성이 있고 극히 대조적인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비난에 대해 누군가는 스스로를 '투사'로, 다른 쪽은 '피해의식'으로 반응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메세지를 남겼다. 연명으로써 다음 레벨을 도모할 수 있는 숨돌리기를, 죽음으로써 다수의 비난은 가해적인 속성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다는 의미를 남겼다. 


유사성의 측면은 양자가 실제 내면과 외면적 표피가 상이한 삶을 살아왔다는 점이다. 대조성의 측면은, 일방은 실재와 가식 사이의 괴리에서 고통을 겪다가 죽음에 이르는 선택을 하였고, 다른 일방은 그러한 괴리 따위는 사과 한 마디로 코딱지를 튕기듯 하면 다수의 뇌리에서 잊혀질 사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죽음이 비난의 응답이어서는 안된다. 괴리의 순전하거나 모순적인 종착지점이 어떠한 것인지 입증하기 위해 살아내야 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지 예외없이 내심의 소리에 의한 형상과 표피로 들어내려는 형상이 다르다. 사실적인 것은 모두가 표리부동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그렇지 않다고 공표하느냐, 이를 인정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설리라는 연예인은 우리와 닮았지만, 정치인들은 우리와 사뭇 다른 멘탈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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