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1932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57%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대공황에 대한 해결책으로 뉴딜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가 속한 민주당은 상하의원 모두 다수의 지위를 점유하고 있어서 루스벨트가 내놓는 정책은 의회통과가 당연히 예상되는 귀결이었다.
그런데, 보수적 성향의 공화당 일색의 대법원에서 루스벨트가 내놓은 법률의 일부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서 위헌결정을 내린다. 루스벨트는 1936년 61%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하고 사법부 개혁법안(법관이 70세 이상이 되면 당연퇴직, 대통령이 6명의 법관 임명권을 골자로 하는)을 통해 대법관들을 제거할 의도였다.
그런데, 루스벨트의 사법개혁안은 국민의 지지를 크게 받지 못 했고, 민주당이 다수였던 하원, 상원에서 법안 수정을 결정했다. 루스벨트는 대통령 권한에 대한 제약을 없애려고 하였으나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헌법정신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루스벨트는 높은 국민의 지지도, 상하원의 의석을 가진 자신이 속한 민주당을 이용해 자신 의도대로 법안을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해서는 안되고, 헌법정신을 준수해야 한다는 기본정신이 루스벨트의 희망사항을 포기하도록 만든 것이다.
만약, 루스벨트가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에서 강하게 밀어 붙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의회의 본질적 기능과 대통령에 대한 견제장치의 기능은 이후로 무력화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일 정권이 바뀌거나 정치체제에 저항과 반감을 가지게 되는 반대파에 의해 비난과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대공황의 극복을 위한 실효성있는 법안과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민주적 합의와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을 무시해서는 역사적으로 오명을 얻게 되고 질높은 민주정치의 발전은 요원하다.
다수가 포용적이지 못 하면 결국 도전에 직면하게 될 뿐이다
경제, 정치제도의 변화를 기피하는 지배층이 있고, 기존 지배층의 권력과 이득을 제한하려는 지배층이 존재한다. 그래서, 갈등은 당연한 결론이다. 하지만, 그 갈등을 어떤 식으로 감소시켜 나가느냐에 대한 문제는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갈등은 없앨 수 없으며 줄여나갈 수 있는 스트레스와 같은 결론이다. 다수라고 해서 견제와 균형의 체제를 무시해서는 안되고, 다수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법에 의한 정치를 준수해야 한다. 저항하는 세력에 의해 언젠가는 같은 경험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그리고, 다수가 반드시 정의와 진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방식은 애시당초 합의된 기본전제이다.
권력취득에 대한 이득을 노린 제도는 저항세력을 키울 뿐이다
집권세력이 권력취득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변경하고 일방적으로 제도를 변경하면 결국 기존 지배층으로부터 얻은 권력을 그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행사하게 될 따름이다. 그리고, 반대세력의 저항은 더욱더 커지고 국력의 집중을 통한 경제, 정치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권력은 쥐고 있는 자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쥐고 있지 않은 자에게도 이전가능성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복정치와 반목정치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면, 그로인해 경제성장과 발전의 후퇴는 당연한 것이다. 포용과 점진적 행보가 있는 정치시스템, 그와 동일한 경제시스템을 다져나가기 위해 선진 사례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