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인간의 혐오감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속한 문화권에서 먹지 않는 음식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혐오감이 일어난다. 법, 규칙, 상식에 위반한 행위자(이하 '사기꾼'으로 부르자) 를 보면 혐오감이 일어난다. 혐오감은 순수하게 감정적 요인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이에 더해 정신적 판단적 요소가 첨가된 결과 야기되는 반응일까.


다윈에 의하면 혐오감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고 그에 관한 얼굴표정은 문화를 달리 해도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주장이 있는데, 몇가지만 생각해 보기로 한다.


1. 안전과 보호


혐오감, 혐오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을 기피하게 함으로써 독이나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 이같은 반응은 학습을 통해 다음 세대에 전달되고 '화려하게 생긴 버섯은 먹으면 죽는다'라는 지식을 얻게 된다.


사기꾼에 대한 혐오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재산은 물론 사회적 체계를 유지하도록 하여 사회와 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유지 내지 진행되도록 한다. 사기꾼은 사회적 교환에서 대가 없이 이익만 취하는 행위자들로 혐오감을 통해 구별, 격리할 수 있다.


2. 학습과 문화


여성은 남성보다 강한 혐오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인으로부터의 공격에 방어능력이 남성보다는 약하고, 각종 질병으로부터 자신은 물론 자식에 대한 보호감이 남성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여성의 혐오감은 남성보다는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혐오감은 생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 또다른 이유는 학습의 형태로 다음 세대에게 혐오적 지식이 전달되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대상, 음식, 사람에 대해 개념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은 지식과 개념이 다수에게 관념화되면 혐오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문화적 특징으로 자리잡는다. A문화에서는 혐오가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 B문화에서는 혐오가 일어난다.


문화적 특성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공통적인 점은 독, 질병, 사기꾼에 대해서는 거의 유사하게 혐오감이 발생한다.


3. 체제유지


부폐한 국가, 사회, 정치인, 사기꾼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끼는 이유는 자아를 보호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혐오감의 강도가 강화되듯이 혐오감은 기존의 상태가 자아를 보호하고, 나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응행동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4. 지금의 상황


코로나 발생 초기에 유럽이나 다른 국가에서는 아시아 사람, 특히, 중국인과 한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대놓고 드러냈다. 우리보다 경제적, 군사적 낙후를 가진 국가들마저 한국의 비행기를 착륙시키지도 않았다. 그리고, 실제 코로나 전파력이 감쇄되었는지 언론을 믿을 수 없지만, 역유입을 막으려고 한다.


자신,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혐오감이 발생한다는 이유는 일부 들어 맞는 듯 하다. 하지만, 혐오감은 독, 세균, 음식물에나 야기되는 것에 한정되었으면 한다. 사람에 대한 혐오를 가져서는 안된다. 혐오감이 기본적인 건강과 면역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러한 음식, 세균, 질병 등에 한정하면 될 뿐이지, 사람에 대해 혐오감을 느껴서는 안된다. 누군들 원해서 확진자가 되었겠는가.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해서는 안된다를 변형해서 코로나를 미워하되 사람을 혐오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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