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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있는' 세계

일상의 변론

by 윤소평변호사

한동안 우리는 '국경없는 세계', '지구촌' 등의 표현을 빌려 세계화를 이루었다.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더라도 하루가 걸리지 않는다. 물론, 갈아타고 대기하고 그러다 보면 목적지까지 도달하는데 24시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아무튼 대체로 1일이면 둥근 지구의 어느 지점이라도 갈 수 있게 되었다.


국경 '없는' 세상→국경 '있는' 세상


한동안 국경없는 세계를 경험하다가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존재해 왔고, 다른 국적의 사람들의 입국이나 자국민의 출국을 제한하고 있다. 국경을 폐쇄해 외부 사람들의 유입을 막는 조치를 세계적으로 실시하니, 국경의 개념이 여전히 지속해 왔는데, 그간 둔감해졌다가 국가마다 국경이 명확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국경을 폐쇄해서 외부 유입을 차단하고, 내부에서 외부 출경을 막는다는 표현 중 '폐쇄'가 아니라 '명시화'가 더 문맥에 들어맞는 듯 한데, 우리는 국경을 폐쇄한다고 한다. 치유책이 없다보니 전파의 최소화를 위해 차단과 격리, 분리와 제한으로 상황을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그간 둔감했던 세계의 국가별 국경이라는 개념에 대해 심히 자각하게 된다.


수출입 업종, 여행관광업, 항공사, 해운업 등 그간 인지하지 못 했던 국경의 벽에 가로막혀 영업과 사업이 원활하지 못 하다. 그 뿐 아니라 제조분야이든, 유통이든 산업과 직종의 모든 분야에서 국경없이 지내다가 국경있게 지내려니 숨통이 막힐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역경계에 대한 자각없이 지내오다가 지역경계가 분명해 지고, 집과 회사간의 경계가 명확해짐을 실감한다. 주말, 공휴일을 제외하고 집이란 널부러 질 수 있는 공간, 이완과 휴식을 위한 공간이었는데, 재택근무를 하려니 어딘가 산만하다.


경계없는 위로와 안부, 응원과 기도


코로나와의 다툼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계는 더욱 명확해지고, 분리는 더 강화될지도 모른다. 생활의 모든 리듬이 꼬이고, 경제지표와 이론은 들어맞지 않고 있다. 불안심리, 공포심리, 고립감 등 사람들이 저마다 강약으로 느끼는 부정적 감정 때문에 세상이 침착된 느낌이다.


인터스텔라라는 영화에서 가설이기는 하지만, '중력은 차원을 넘나 들 수 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그 중력을 이용해 주인공 쿠퍼는 딸 머피에게 시계바늘 초침에 중력의 비밀과 양자에 관한 데이터를 원시적으로 모스부호를 통해 전달한다. 인공지능이 쿠퍼에게 질문한다. "딸 머피가 우리가 보낸 양자데이터를 어떻게 받을 수 있고, 해석할 수 있는지?".


쿠퍼는 말한다. "러브, 사랑" 때문이라고, 지구를 떠나올 때 딸 머피에게 주었던 아빠의 시계에 인류구원의 비밀을 전달하면 사랑으로 알 수 있음을 확신한다.


국경, 지역경계가 분명해 졌지만 그런 개념들의 존재와 무관하게 국경과 지경을 넘나들 수 있는 것, 차원마저 넘나들 수 있는 것, 그것은 사랑이라는 메세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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