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겨울이 오기 전에 독감예방 주사를 맞는다. 그런데, 감기는 걸릴 수 있다. 한번쯤은 걸리기도 한다. 다만, 독감주사를 맞아서 덜 아프고 빨리 쾌유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런데, 독감주사는 모든 인플루엔자를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유행할 것으로 예견되는 인플루엔자에 대한 백신을 주사하는 것에 불과하다. 결코 모든 감기를 예방해 주는 것이 아니다.
독감주사는 겨울 한 철을 위한 이익추구이다. 감기에 걸리지 않거나 걸리더라도 증상이 완화된 상태로 지나가도록 하는 이익 때문에 일부러 세균을 몸에 주사한다.
우리는 장기적, 단기적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게 조치를 취한다. 그러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크게 낭패를 보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어떤 문제를 이러저러한 식으로 극복해 낸 경험이 대체로 향후의 삶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지식의 축적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단과 거의 효과없는 대응책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는 진지구축을 조밀하게 해서 독일 보병을 물리쳤다. 다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는 좀더 체계적이고 튼튼한 진지를 구축했다. 프랑스는 과거 승리경험을, 독일은 과거 패배경험이라는 상반된 경험과 지식을 축적했다. 결과는 독일이 프랑스를 6주만에 함락했다. 이번에는 독일이 보병이 아닌 탱크로 프랑스의 진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크게 대별해 보았을 때, 일응 떠오르는 생각은 피지배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근시안적이고, 지배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은 거시적이며 장기적인 예측과 사고를 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 반대인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국민들은 오히려 호화찬란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장기간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대단한 호사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배충은 사회와 조직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항상 이벤트를 벌여야 하고,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려고 애쓴다. 그래야만 지배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지배층은 장기적인 이익추구를 도외시하고 오히려 근시안적인 행동을 한다.
지배층은 10년, 20년, 30년 또는 그보다 장기간 후에 발생하는 이익실현이나 성과를 원하고, 그리고 후세를 위한 장기적 플랜을 지배층은 선택하지 않는다. 지배층이 지배력을 계속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할지도 모르겠지만, 독재를 원하는 민주주의 시민은 없다. 따라서, 4년 또는 5년 안에 결과물을 보여주고 이익실현을 지표로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로 하여금 실질적 체감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권이 연장되고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전체, 국민들은 당장 잘 살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더 오래, 그리고 자식세대들까지 안정적인 이익이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러니하게 국민들은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한다. 지배층은 근시안적인 이익추구를 선호한다.
지배층이 IMF, 금융위기를 극복해 낸 경험에 빠져 코로나 종식 이후에 다가올 경제적 위기, 아니 그전부터 실패한 경제정책을 만회할 수 있을까. 위기를 해결할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이다. 과거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과 노하우가 상황이 변화되고 예측불가한 미래에 있어서는 오히려 약발이 먹히지 않을 수가 있다. 누가 더 근시안적이고, 누가 더 거시적인지 생각해 볼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