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 열정페이
열정페이(熱情Pay)는 '열정'과 'pay'가 합쳐진 합성어로,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취업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비단, 취업준비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 취직 등 근로를 제공하는 측의 소망과 요구를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근로를 제공받으면서 부당한 착취가 일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열정페이는 현재 어려운 취업구조와 취업현실을 반영하는 것인데, 청년실업의 심각함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대기업 인턴, 아나운서 지망생, 방송작가 지망생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열정페이 문제는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실무수습 기간 6개월간의 급여지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열정페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6개월간 법률실무수습을 하거나 대한변협에서 주관하는 강의를 들어야만 변호사로서 재판에 출석할 수 있는 완전한 자격을 부여받는다. 사법고시 출신들은 2년간 사법연수원에서 실무공부를 한다.
법조계에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실무수습기간 중 급여를 주어여야 하는지 여부, 준다면 얼마를 주어야 열정페이라는 말을 듣지 않는지 등이 화두이다.
# 열정페이에 포함되어 있는 그 열정은 순수한 것인가
열정은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본래 열정 속에는 애정과 열중하는 마음만이 구성되어 있어야 사전적 의미에 부합한다.
열정페이의 대상인 수습자들은 해당 분야에서 요구되는 지식과 능력, 경험 등이 부족하다. 회사와 조직내 질서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대인관계도 서투를 수 밖에 없다.
수습자들에게 정식 고용된 직원에 해당하는 처우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경제원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회사나 조직의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것이다.
특히, 실무수습자는 해당 분야의 실무를 학습받는 위치에 있는데, 회사의 정식 직원이나 조직의 정식 구성원이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여 이들에게 실무를 전수함으로 오히려 실무 수습자가 학습에 대한 비용을 치뤄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열정페이의 대상자들은 취업이나 취직에 목적을 두고 있고, 해당 분야의 실무를 학습한다는 순수한 의도 이외의 것을 가지고 있어서 실은 열정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부당해 보인다.
실무 수습생, 인턴 등 구인광고에 응모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취업과 취직에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순수 실무학습이라는 목적과는 거리가 멀고, 부당한 착취를 당했다고 억울해 할 일만은 아니다.
회사나 조직이 실무 수습생에게 체계적이고 정성스런 실무전달을 해서 해당 실무 수습생을 채용했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실무 수습생은 더 좋은 조건과 근무환경을 제시하는 다른 회사로의 이직을 고민한다. 열정페이 대상자 시절의 비순수한 의도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열정페이가 그 자체로 부당한 것은 아니다
장기간의 경기불황, 오랜 경제 저성장 기조, 기업활동의 위축, 고령화 등으로 일자리가 감소된 것이 사실이고, 이는 열정페이와 같은 청년실업 문제를 양산해 냈다. 기성 세대의 잘못이다. '세계경제 상황이 나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애먼소리만이 유일한 항변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신입인원을 채용할 수 밖에 없고, 고정비용을 최대한으로 감소시키면서도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을, 회사나 조직은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업무능력이 전혀 없거나 떨어지는 실무 수습자들에게 많은 인건비를 지급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회사나 조직이 실무 수습생들을 수용한 이유에는 이들의 생계유지를 책임진다는 의사표시가 아니라, 곁에 두고 인재를 찾아보겠다는 의사표시일 뿐이다. 해당 시기에 수용된 실무 수습자들 중 회사나 조직이 원하는 소양을 갖추고 있는 자가 없다면 그 시기의 수습자들 중 어느 누구도 채용될 수 없는 것이다. 회사나 조직은 채용해서도 안된다.
실무 수습생이 가진 역량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서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오히려 정당해 보인다.
# 부당함이 결부된 열정페이만이 근절되어야
부당한 착취라고 부를 수 있는 경우에만 열정페이가 근절되어야 한다. 부당성이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한 근로요구, 해당 실무 수습의 본래 취지와 관련이 없는 근로요구가 결합된 열정페이의 경우, 이번에는 회사나 조직이 실무 수습 목적에 어긋나는 비순수한 의도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같은 경우는 지양되어야 한다.
무술영화를 보면 무술의 고수인 사부가 제자에게 오랜 기간 무술은 전수하지 않고, 밥을 짓게 하거나 빨래를 하게 하거나, 잔심부름만 시키거나 하는데, 사부는 제자가 그런 시간을 견뎌낼 경우에만 무술의 비기를 전수해 준다. 사부는 제자의 '인성'을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사나 조직이 실무 수습제도를 통해서 수습자들이 야근을 수행하고 부당한 요구를 군말없이 수용하는 태도에 가점을 준다거나 주관적인 인성을 보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부당성이 결부된 열정페이라 하겠다.
실무 수행능력 평가는 정해진 시간 내에 수습자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고,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업무를 마무리하는지 여부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야근을 자주 하는 직원은 근무시간에 집중력있게 업무수행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쌍방의 본래 순수의도에 기한 접합점을 찾아야
어떤 기술이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실무 수습의 경우에는 전공이나 소양이 어느 정도 구비된 자가 지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회사나 조직이 비용을 받거나 무급으로 수습을 실시하는 것은 부당하다.
실무 수습자들도 본래 실무 수습이라는 목적 이외에 다른 의도를 과반 이상으로 가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회사나 조직의 부당성을 저항없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사나 조직도 실무 수습 본래의 취지를 유지하면서 수습자의 기초 소양에 대한 예우를 갖추어야 한다. 실무 수습자에 대한 급여도 연봉제처럼 월봉제로 하여 초기에는 낮은 비용을 시작해서 말기에는 높은 비용의 지급방법을 택하고, 수습자들도 이를 수용하는 식의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실무 수습생 모두가 수습기간 동안 부당한 열정페이를 참아야 한다거나 회사나 조직이 이들을 부당한 열정페이 대상자로 여기면서 출발해서는 열정페이에서 부당성과 비순수성을 줄여 나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