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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행복할까?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귀촌은 읍, 면, 동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하고, 귀농은 농업에 종사하기 위해서, 귀어는 어업에 종사하기 위해서, 귀산은 산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 은퇴하면 농사나 지어야지


은퇴하면 그간 모아둔 돈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지금의 귀촌현상은 연령층, 학력 등에 비추어 과거의 귀촌양상과는 차이를 보인다.


고학력자, 전문직 종사자, 대기업 출신 등 도시에서 엘리트라고 칭할 수 있는 30 ~ 40 대의 귀촌이 늘어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귀촌은 50대가 18.9%, 60대가 9.8%, 40대는 28.3%, 30대는 36.4%로 분포되어 있다.


은퇴하면 농사나 짓겠다는 표어는 서서히 사용하지 않고 있다.


# 도시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


귀촌사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도시에서 행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도시생활에서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생활하느니, 전원에서 소득은 비록 감소할 지라도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평균 여명이 100세를 내다 보면서 그 허리쯤 되면 은퇴를 해야 하고 30대, 40대의 경우 지금 당장의 소득으로 노후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삼시세끼 먹고 사는 것이야 어딘들 비슷하니 귀촌하여 심적, 정서적, 인문학적 가치를 좇아 행복을 찾겠다는 것이다.


# 현재의 삶의 영역에서 벗어나면 행복해 질수 있을까


정부가 '귀농귀촌종합대책'을 내놓았고, 지차체나 여러 기관들이 귀촌에 관한 지식지원,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귀촌이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데, 귀촌을 한다고 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동물을 기르는 일도 흥미가 없지만, 식물을 기르는 일은 더욱 관심도 없다. 낚시는 더더욱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도시생활에 찌들다 도시 근교 펜션이나 주말농장 등을 다녀보면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주말농장이 소비지, 관광지였기 때문이지, 생계유지지 내지 소득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막상 귀촌해서 농사를 짓게 되면 매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고, 나의 노력과 정성에 무관하게 자연환경이 생작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같은 품종을 다 같이 재배해서 시장가격을 떨어뜨린다면 가족의 생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연고지로 귀촌하면 대인관계면이나 생활적응면에서 수월할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든다. 귀촌과 관련한 조언 중에는 귀촌지를 선택할 때 연고보다는 '편리와 실리'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단순히 벼만 심지 말고, 농삿일 중에서도 고부가가치가 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노리라는 것이다.


공기가 청량하고 경쟁이 덜 치열한 곳에서 생소한 일을, 낯선 사람들과 섞여서 하는 것이 귀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과연 문 밖이 조용하고, 산좋고 물맑은 곳으로 가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아스파라거스로 연 매출 20억, 퓨전상추로 월 매출 5,000만원 등을 올리는 귀촌에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TV를 통해 접한 경험이 있고 잠시 '저거나 해 볼까'라고 생각도 품어본 적이 있지만, 그들의 행복지수는 TV를 통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다.


강원도 속초에서 덕장을 하면서 자식을 다 길렀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세 아들이 도시에서 사업에 망해 당신 밑에서 일을 돕겠노라 하면서 덕장을 물려받을 궁리를 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그 아버지의 심경은 어떠할까.


의식주의 큰 틀은 어디든 비슷하고, 그 삼각함수에서 벌어지는 스트레스는 어디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행복은 장소를 불문하고 선택에 있고, 그 선택에 얼마나 만족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세끼 먹고, 아이들과 아내랑 때때로 놀고, 가끔 얻어 걸리는 친구 녀석들과 소주 한잔 하고, 욕도 좀 하고, 부러워도 하면서 자신보다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 대해 조금만 배 아파할 줄 알면 도시든, 농어촌이든, 귀촌을 장려하는 자들이 말하는 '인문학적 가치'라는 것이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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