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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매주 1만원씩 로또를 산다. 깜빡할 경우에는 사지 못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지갑에 사둔 로또복권의 존재에 대해서 잊어버릴 때도 있다.


로또는 구입할 그 즉시에는 마치 내게 부여된 번호들이 1등에 당첨될 번호처럼 느껴진다.


'1등에 당첨되면 뭘 하지?'


은행에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방문한다. 일단, 세금을 떼고 얼마간을 수령한다.

일단, 입지좋은데 집을 하나 사야겠다. 가족들이 넓직하게 지낼 수 있도록 큰 평수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좋은 차도 구입해야 겠다. 애국심을 잠시 미뤄두고 수입차를 사는 것이 좋겠다.

사무실도 분양받으면 좋겠다. 월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니 사건수임을 조금 적게 해도 되니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1등 당첨금이 10억 정도면 상상했던 것들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10억은 세금떼고 나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당첨금은 20억쯤 되어야 된다고 기대한다. 그래야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로또를 월요일에 구입하게 되면 왠지 한 주간 부자간 된 듯하다. 로또를 추첨하는 날 구입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로또를 살 계획이라면 개인적으로 주초에 산다. 한주가 뿌듯하다.


남들은 '횡재'를 바라느냐라고 질책을 할 수도 있다. 그에 대해 '분산투자'라고 말해둔다.


로또를 주기적으로 구매하기는 하지만, 추첨일시에 맞추어 추첨장면을 본 적은 거의 없다. 대부분 추첨일이 지나서야 문득 생각나면 시험지 답안을 맞추어 보듯 당첨번호를 검색해서 맞추어 본다.


한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고 낙첨된다. 집과 사무실 분양, 수입차에 대한 꿈의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순간이다.




얼마나 꿈이 없으면 한심하게 로또를 사느냐라고 질책할 수도 있다. 만원씩 모으면 더 큰 돈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것에 운을 낭비하면 안된다는 미신적인 조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또의 재미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소망에 대한 소박한 기대에 있다고 해 두고 싶다.


의뢰인에게서 전화가 온다. "변호사님! 성공 사례금 좀 깎아 주시면 안 되요?". 지갑에 들어있는 로또가 당첨되면야 시원하게 깎아주고 싶어진다.


하지만, 직원들 급여, 집에 보낼 생활비, 사무실 월세 등을 생각하면 그런 결정은 수지에 맞지 않는다. "저도 많이 어렵습니다, 제가 고생해서 승소판결받은 거 지켜보셔서 아시잖아요?"라며 의뢰인을 달랜다. 이 시점에서는 그 어떤 세상의 '을'보다도 처절한 '을'이 된다.


성공 사례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메세지가 뜬다. 로또에 당첨된 듯 하다.


그래, 내게 사건을 맡겨주고 열심히 해서 승소하면 의뢰인들이 주는 보수가 로또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로또에 당첨되면 좋겠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로또는 분산투자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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