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똥구멍]

#9 운명의 고갈

by 윤소평변호사

인간이 대소변을 가릴 수 없어서 기저귀를 차고, 부모나 타인의 도움없이는 배설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인생의 후반으로 도약하면 타인의 도움없이 대소변을 구별할 수 없는, 또다시 기저귀를 차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인생은 시작때의 모습으로 점차 회귀하여 끝나가는 것이다.


다만, 인생이 시작할 때는 귀여워서 타인의 자발적 도움이 헌신적이고 역함이 덜하지만, 쭈글쭈글 늙어서 똥오줌을 못 가리면 타인의 자발적 헌신을 기대하기 어렵고, 역함이 격하게 발생하고, 전혀 귀엽지도 않다. 서글픈 일이지만, 현실이고 사실이다. 심지어 자식들 조차 내심 중 일부는 회피하고 싶고, 다른 형제에게 그 헌신적 임무를 떠 넘기고 싶어한다.


수명이 다 한다는 것은 똥구멍의 악력이 쇄한다는 의미이다. 그토록 평생을 입이 상실하는 체내 압력을 유지해 오던 똥구멍이 더 이상 몸의 압력과 배설물의 뒷받침 기능을 할 수 없고, 배설을 시원하게 수행하지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운명이 그 에너지를 다 하여 고갈되어 가는 순간쯤에 이르면 의식은 물론이며 똥구멍의 운명 또한 그 운명과 기능적 작용을 마감하게 될 때를 기다리게 된다.


인간이 죽으면 체내 압력유지가 파괴되어 체내에 있는 것들이 온갖 구멍으로 흘러내린다. 그래서, 죽으면 눈, 귀, 코, 똥구멍 등을 틀어막아 체내 물질이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는다. 염이란 그런 것이다. 똥구멍의 운명이 다 하는 순간, 우리의 의식 또한 동시적 소멸을 맞이한다.


불타는 나무의 연기는 어떻게 측정할까. 일단 불타기 전 나무의 무게를 잰후 연기로 날아간 부분을 제외하고 남은 나무의 재의 무게를 재면 연기의 무게를 측정할 수 있을까. 인간의 영혼의 무게도 죽기전 체중과 죽은 후 다 틀어 막은 후 체중의 차이만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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