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3

사고의 매각

by 윤소평변호사

인간은 관습, 경험, 종교, 법률, 정치, 습관, 도덕 등 많은 것들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인간은 사나운 폭력에 의해 억압되어 살아온 역사가 있었고, 여론에 의해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아 자발적인 사고를 여론에 내맡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상적인 사회는 합리에 기초해서 누구나 차별없이 정치, 사회, 경제적 정보열람이 가능한 개방된 사회이다. 하지만, 역사상 힘을 가진 엘리트가 국민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사례는 없다. 따라서, 국민들은 항상 제한된 자유만을 자유 전체로 착각하며 살아왔고, 살아갈 것이다.


ICT, 플랫폼,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로봇 등 다가올 기술로 소개되던 것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의 노동력은 그것들에 의해 가치를 상실하고, 노동력에 합리적 가격을 매겨 달라는 집단적 외침은 더 이상 기업의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전쟁을 통해 정복자가 피정복자의 많은 것들을 빼앗을 수 있더라도 피정복자의 사상과 사고는 빼앗을 수 없었다. 독립정신을 유지해 생명을 담보로 정복자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가 강압, 조작된 여론, 기술의 파괴력 등으로 딜레마에 빠지면서 민주주의 앞에 "자유"에 대한 수정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실제로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경험해 본 경험이 없으면서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로 학습받고 세뇌받아 고정관념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봐야 한다. 국민이 정보에의 접근자유, 여론의 자유, 정치적 자유를 제대로 누려 본 적이 사실상은 없다. 그저 그런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살아왔을 뿐이다.


파괴력을 가진 기술들은 우선 인간의 노동가치를 '떡락'시킬 것이고, 사고의 원천을 빼앗지는 못할지라도 사고의 방식과 사고의 패턴을 읽어 내고, 사고의 원천에 대해 가능한 추론을 할 수 있다. 지금도 사고의 일부는 거대한 서버에 저장되어 무상으로 빼앗기고 있다.


과거 정복자, 지도자가 강압과 여론을 통해 국민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치던 시대는 가고, '창조적'이라고 미화된 기술들에 의해 사고의 매각을 가시적, 비가시적으로 강요당하고 있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하고, 스스로 신용카드를 긁었으니 '강요'가 아니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습이 촬영되고, 사고의 원천에 접근할 수 있는 사고의 패턴과 생활양식에 대한 정보수집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


다시 자유민주주의로 돌아가 "자유"가 엘리트에 의해 국민이 완전한 자유를 누린 역사가 없었듯,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엘리트에 의해, 나아가 기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국민은 자유를 가지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끼워넣을 것인지, "사회"를 끼워넣을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기술 앞에서 다툼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테크노크라시가 국민에게 얼만큼의 자유를 허용할지, 아니면, 얼만큼의 평등을 위해 사회주의를 선택할 것인지에 따라 국민은 그에 따라 행위만 하는 존재로 전락할 수 있다.


국민은 점차 투명해져 가고 있는데(정보가 모두 간섭받는다는 점에서), 엘리트와 사회는 불투명하고 불공정의 정도를 더 할 것이다. 게다가 기술의 연산결과에 의해 행동만 하게 되고, 엘리트와 기술이 원하는 알고리즘에 의해 보다 정교하고, 복잡하게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예전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인간의 기억은 망각이라는 매력적인 감각에 의해 왜곡되고 소멸할 수 있지만, 기술의 기억력에는 한치의 오류도 한계도 없다.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우리는 전혀 의심의 여지없이 그 지시대로 운전하는데 꺼리낌이 없어진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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