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6

나, 사람, 신

by 윤소평변호사

'나'에 정확하게 한줄 또는 몇 줄로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거나 없다. 우리는 X-Y 좌표에 의해 '나'를 맞추는 것에 익숙해서 그 역할을 하느라 진정으로 내심에서 우러나는 '나'의 절규를 듣지 못한다. '나'는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부모, 학생,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 정의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하지 않으며, 심각하게 복잡하지도 않다. 그저 오늘 중 일정한 시간을 살고, 일정한 시간을 낭비하며, 내일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으로 살 뿐이다. 역사는 찬란하거나 부끄러울 뿐이어서 잊혀지지 않거나 지워지길 바랄 뿐이다.


'나', 자아를 고립적인 상태에서 고독하게 정의할 수 있을까. 타인이 없는 상태에서, 시스템(조직, 사회, 동호회 등)이 없는 상태에서 스스로 관찰자가 되어 정직하게 관찰결과를 기록할 수 있을까.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를 보면, 개를 통해 인간이 외로움을 달랜다. 그리고, 복잡한 의학적인 것을 개에게 말한다.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을 내뱉는 윌스미스는 좀비치료를 위한 여러 백신을 설명한다. 세상에 타인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과연 어떤 의미인가.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신'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무지하고, 나약하며 두려우며 외롭다.


'나'는 타인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신의 모습으로 탄생된 아담이 외로워 보며 하나님은 이브를 만드셨다. 증명할 수 없는 이 스토리는 '나'에게 타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결국 남성과 여성의 성적 관계에 의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자아를 형성하기 전까지 전적으로 타인에게 생명유지를 의존해야만 했다.


'나'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발생한 존재라는 기본적인 전제는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타인과 조화나 불화를 경험한다. '나'의 고집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선하거나 악하거나 생긴다. 그리고, 사고와 감정을 통해 '나'는 도대체 일정한 정체성을 지니지 못 한 존재가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나'는 왜 생성되었을까. 그리고, '나'의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왜 타인의 삶을 비아냥거리거나 부러워 시기하는 것일까. 게다가 어떤 타인은 나에게 우호적인 반면, 어떤 타인은 나와 갈등과 마찰을 빚는 것일까. 내가 잘못한 것일까. 아니면, 타인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인간의 불완전성 때문에 당연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편의적 결과로 마감해도 타당한 것일까.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과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 후자는 스스로 의지가 강하고, 과학적 합리성에 근거로 충만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신'을 믿는 사람은 집단적 광기에 사로잡혀 나약하기 때문에, 그리고, 합리적 인과론에 근거하지 못 한다고 치부할 수 있다.


세계는 아주 단순하게 요약하면, '나', 타인, '신'의 관계이다. 식물이나 동물을 이 화두에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 애니미즘이나 토테미즘은 미신으로 판명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우스꽝스러운 것이 그토록 합리적인 인간,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철저한 다윈주의적인 사람조차 반려동물을 사람처럼, 스마트폰을 사람처럼, 자동차를 사람처럼 대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더더욱 사물을 인격화하는 현상, 즉, '나'에게 있어서 타인만큼이나 사람같은 존재로서의 사물이 더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기술과 사물에게서 외로움을 달래는 날수가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다. 여성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명품가방을 사람처럼 여겼다.


'나'를 정의함에 있어서 '나' 자체의 사고와 정념은 한계가 있다. 우리는 '나'에 대한 관찰을 위해 타인, 신이 필요하다. 타인을 관찰함으로써, 신의 뜻을 헤아리려는 기도 속에서 '나'의 위치를 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가 대한민국의 OO씨 자식으로 태어난 것에 대해 누가 설명할 수 있겠는가. 스미스, 조슈아, OO스키로 태어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AI, 플랫폼 등 기술이 창출한 것들 때문에 우리는 미신으로 여겼던 정령, 애니미즘, 토테미즘을 소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기술에게 말하고, 기술에 의해 결정하고 행동하게 되면서 과연 타인, '신'은 무존재하며 오로지 기술의 연산결과에 의해 '나'를 정의하게 되는 순간, '나'는 기술에 순응하는 반려동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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