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이 아닌 섹스를 하는 인간
성관계는 번식을 위한 필수적 과정이다. 모든 생명체가 번식을 위해 성관계를 맺는다. 먹이사슬의 하위층으로 갈수록 성관계의 시간은 짧다. 성관계를 하는 동안 포식자에게 먹힐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루인 남자를 향해 "토끼냐"라고 하는 언질은 그런 의미이다. 자웅동체인 지렁이나 달팽이도 성관계의 순간에는 남성과 여성 어느 한 편에 위치해야 한다.
인간은 일부일처제를 대부분 채택하고 있다. 몇몇 나라는 일부다처제이기도 하고, 일부 나라는 다부일처제이기도 하다. 대부분 일부일처제가 아닌 나라에서는 육아에 대해 공동책임의식을 가지고, 양육에 공동참여를 한다. 그런데, 일부일처제 하에서 부부 중 일방이 다른 이성과 쾌락을 위해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들통나면 법적 조치를 취하거나 이혼을 한다. 그러한 이유는 부부, 연인관계의 신뢰의 파괴, 그 부정행위의 상대방에 대한 질투와 자기 비교하에 자신의 폄하에 있다.
일부일처제 하에서 배신과 버림을 당한 일방 당사자는 상대방이 젊고 싱싱한 남자나 여자 때문에 자신이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제도는 사고를 만들기 때문에 한번 결혼하거나 교제하기로 약속하면 다른 이성과 성관계를 하면 안된다는 관념이 자리잡는다. 그리하여 사태가 발생하면 지나친 분노와 자괴감이 생기고, 상대방은 물론 상대방의 상대방을 파괴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인간만이 번식이 아닌 섹스를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는 섹스도 가능하고, 생육하고 번성할 필요가 없는 섹스를 하는 개체는 인간이 유일할 것이다. 그리고, 섹스의 형태도 여성이 엎드린 자세를 취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마주보고 할 수 있으며, 섹스의 시간도 노력 여하에 따라 장시간 이끌어갈 수 있다. 왜냐하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고, 다른 포식자로부터의 잡아먹힘에 대한 위험을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동물들이 암컷의 후배위 자세에서 교미를 하는 것은 도중에 포식자에게 노출될 경우, 도주를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그러한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성과 관련한 법률위반이 아니면 되고, 배우자나 연인에게 발각되지만 않으면 된다.
이혼소송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배우자의 부정행위, 즉, 섹스 때문이다. 그런데, 배우자가 처녀, 총각과만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있는 자가 배우자가 있는 이성과 섹스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많은 부부공동체의 파괴가 발생하는 것인데, 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실제 빈번하게 일어난다. 간통죄의 폐지로 외적 섹스(배우자 아닌 이성과의 섹스)는 더 이상 형사처벌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민사적 손해배상의 문제는 남는다. 그런데, 왜 대외적 섹스를 하는 것일까.
일부일처제라고 하는 윤리적, 법적 제도가 섹스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백년해로'가 쉬운 일이었다면 결혼식마다 검은 머리 파뿌리되도록 잘 살라는 주례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변하지 않고, 관념이 변하지 않는 한 외적 섹스는 여전히 불법이다. 윤리적 불법이며, 민사적 불법이다. 늑대, 기러기, 펭귄 등 몇몇 개체를 제외하고는 수컷들은 사정하고 나서 새끼들의 출산과 양육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특히, 원앙은 교미 후에 수컷이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난다.
일부일처제가 인간도 동물이라는 점을 간과한 제도일 수 있다. 그리고, 가식적인 일을 주로 해야 하는 정치인, 전문직(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경우, 의지로 인내를 발휘하는데 한계를 느끼면 다른 이성에게 마수를 뻗치게 된다. 우리는 저명한 누군가가 실추하였다는 소식을 접할 때, 주로 이성문제, 뇌물, 청탁 중 하나임을 확인한다. 이성문제는 가식을 위한 인내심의 한계가 의지력을 도과했을 때 발생하는데, 저명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보통사람들이 실추하는 주요 원인이다.
아무튼 남은 배우자는 외적 섹스를 한 상대방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상대방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