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11

실체적 진실

by 윤소평변호사

언론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언론의 수단이 제한적인 시기일 때나, 현재와 같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뉴스,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시기에도 언론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이유는 언론이 점차 타켓팅(정치적 목적, 음해, 해악의 유포, 악의적 명예훼손 등)을 통해 발현되고, 과녁에 알맞게 꽂히면 언론의 효과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산되는 현상 때문이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을 듣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취향, 성향, 기호에 따라 정보의 취합이나 뉴스의 취사선택이 개별 개인에 의해 최종 선택되기도 하지만, 이미 노출된 그 취향, 성향, 기호에 알맞게 정보와 뉴스가 생성되고 빠른 속도로, 그리고, 자극적으로 각색되어 24시간 그리고 영원히 반복해 열람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가짜뉴스"와 대체로 진실에 가깝지만 각색된 "진짜 뉴스"의 구별이 어려워졌다.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언론은 왜곡되고 편향된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하는 욕구를 교묘하게 충족해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고, 사회를 구분하고 구성원끼리 반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를 선호한다. 문제는 편향되고 왜곡된 정보, 뉴스를 접하게 되면 사고와 행동양식이 그에 기초해서 고착화된다는 사실이다. 유연한 사고, 상호호혜적인 의견의 수렴과 토론은 불가능하다. 이미 편향된 확증을 마음 속에 품으면 사람은 옳고 그름의 기준을 이미 뇌리 깊숙히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체적 진실이라는 어구는 법률영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인데, 지금은 보편화된 어구가 되었다.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실체와 진실. 실체 '적'이라 함은 실체 '같은'이라는 의미인데, 실체와 진실의 등가가 완전히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등가적이라는 것일 뿐임에도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는 다툼과 서로 자기 입장이 실체적 진실이라고 하니 분명 어느 한 측은 "가짜"이어야만 한다.


언론은 구성원들에게 "가짜"를 가릴 수 있는 기준과 질료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언론 자체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기도 하고, 어쩌면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에 도달할 수 없는 한계를 과장과 왜곡으로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언론은 일단 발포되면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언론은 문제를 제기할 뿐, 해답을 내는 영역이 아니라는 고정적 관념이 도사리고 있는 지역이다.


언론이 믿을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모순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정당, 이익단체, 특정 엘리트(주도권을 쥐고 있는 세력)에 의해 일정한 타협과 굴복 때문인데, 그 경향이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듯 하다.


우리 사회는 같은 채널을 보는 사람과 다른 채널을 보는 사람으로 분열되어 있다. 그 이유는 위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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