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론 #12

정체성

by 윤소평변호사

'나'는 무엇인가. '자신을 알라'는 명제에서 '자신'은 '나'인데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일단, 타인과는 구별되고, 내가 '나'라는 주관적 인식이 들면서 객관적 표징을 가진 변하지 않는 것. 그것 때문에 '나'라고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나'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나'에게 있어서 고정불변한 핵심이 무엇인지 찾기 어렵다.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이며 친구이고 선배이자 후배이며 남편이자 사위이며, 총무거나 회원이고, 상사이거나 부하라는 등 관계 속에서 나를 찾을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고정불변적이면서 다른 편으로는 가변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나는 고정적이거나 가변적인 상관관계에서 나는 둥둥 떠다닌다.


나에 대해 어슴프레 알기 위해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 두려워하여 외면했던 것, 어떤 상황에서 대처한 경험을 비슷한 상황에서도 그렇게 대처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 유쾌, 상쾌, 불쾌, 분노는 어떻게 느꼈으며 어떤 식으로 본래의 자신에서 떠나 있었는지 등에 대한 기억, 경험, 감각, 그리고, 추구하는 가치를 메모해 보아야 한다.


나의 정체가 마피아게임에서 마피아를 찾아낸 것처럼 깔끔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일말의 가능성을 찾은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내공이 높은 사람, 삶을 관통해 깨달음을 얻은 성인, 군자가 아닌 한 보통 사람은 유약하고 환경에 휘둘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 기재해 둔 나의 가치와 요소는 언제든지 변할 수가 있다. 다만, 관계와 환경이 변하더라도 내가 이전과 같이 경험적으로 수용하고 거의 유사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내심의 요소가 메모에 기재한 것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면 그것은 비로소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수많은 행동과 결정들, 기억나지 않는 선택기준과 사고와 경험들이 언젠가 '마키나(AI 등)'에 의해 잘 정리되어 나는 무엇인지를 건조하게 정리해 줄 수도 있다. 그런 순간에도 그런 듯 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나를 어떤 식으로 알아냈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변덕'이 있기 때문에 지각된 부분도, 변화하는 부분도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요소이다. 삶은 나에게서 가급적 불변적 고정요소와 변화가능한 요소를 찾고 또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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