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etter life

[태평씨는 이렇게 말했다]

[18]"유토피아적 행복이란?

by 윤소평변호사


태평씨는 현실에서의 생활이 유토피아적이라기보다 디스토피아적이라고 생각한다. 태평씨가 현실에서 경험하는 것들은 탐욕, 불평등, 폭력, 불화와 불협, 정보와 권력의 불균형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태평씨를 가슴 훈훈하게 만드는 소식들도 있다. 익명의 기부, 용감한 시민, 진정으로 사회정의구현을 위한 순수한 단체들의 활동.....


태평씨는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생각한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적 행복이란 쾌락을 의미한다. 그럼, 쾌락은 무엇인가. 유토피아적 행복, 쾌락에는 단계가 있다. 우선 허기를 채우고 성욕을 만족시키며 가려운 곳을 긁었을 때의 쾌감 같은 즉시 충족되는 즐거움이 가장 하위 단계의 행복이다.


그 다음 단계의 유토피아적 쾌락은 고요하고 평온한 육체 상태, 혼돈과 혼란에서 벗어난 건강한 상태를 의미한다. 육체가 즉각적으로 느끼는 부족과 결핍의 충족, 욕구의 분출과 표출로 인한 충족 상태보다는 덜 즉각적인 '건강한 상태' 그 자체가 행복이고 한 단계 위의 쾌락이다. 사실 고요하고 평온하며 질서정연한 건강상태는 모든 행복추구의 기반이다. 건강한 상태 자체가 즐거움이다.


유토피아적 쾌락의 최고 단계는 정신적 쾌락이다. 지적 지식, 진리에 대한 추구로 비롯되는 즐거움, 인생의 뒤안길에서 둘러보았을 때, 멋지게 살아왔다는 만족, 장래 행복이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 등이 유토피아적 행복, 쾌락의 절정이다.


태평씨는 술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유토피아적 행복, 쾌락은 단순한 향락, 방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선하고 정직한 쾌락을 의미한다. 나아가 행복은 개인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현실화될 수 있어야 한다. 유토피아의 행복이란 그런 것이다.


태평씨는 때가 되면 먹어서 허기를 날려 버릴 수 있고, 가려운 곳을 긁을 수 있어서 쾌락을 느낄 수 있다. 가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기는 하다. 가려운 곳이 손에 닿지 않는 부위라면. 그리고, 아직은 딱히 아픈 데가 없어서 건강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분노, 불만 등을 마음껏 해소할 수는 없어서 고요하고 평온하며 질서있는 건강상태에 놓여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태평씨는 대체로 건강한 편이니 다음 단계의 육체적 쾌락도 어느 정도 누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태평씨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고 진리를 찾는 일에는 매우 나태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태평씨는 46년의 세월을 반추해 보았을 때 "참 잘 살았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태평씨가 지난 과거를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와 미련이 더 많이 자주 떠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평씨는 장래에 행복이 다가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태평씨는 2단계의 행복은 대체로 누리고 있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도 3단계의 정신적 쾌락은 못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토피아적 정신적 쾌락(행복)은 쉽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그런데, 태평씨는 마음먹기가 도무지 긍정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희망보다 불안 쪽에 기울어져 있다. 태평씨는 이 지점에서 디스토피아적 고통을 겪는다. 태평씨는 술을 자제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고 내일은 또다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고 마음먹기를 하고 실천하면 정신적 쾌락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잘 안된다. 그래서, 태평씨는 내일이 불안하고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래서 태평씨는 거울에게 말한다. "너!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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