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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Dec 20. 2021

돈 대여자가 당시 채무자의 자력을 알았다면 사기죄!?

법과 생활

1. 사실관계


A는 B에게 돈을 빌려주면 1개월 후에 갚겠다라고 말하고 B로부터 2,000만원을 빌렸으나 이를 갚지 못해 B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를 당했다. 검찰은 A가 돈을 빌릴 당시 월 수입이 200만원이 채 되지 않고, 채무를 3억 5,000만원 상당을 부담하고 있어서 빌린 돈을 갚을 의사나 갚을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소제기(기소)했다.  "


2. 제1심 및 제2심의 판단


제1심, 제2심은 A가 돈을 빌릴 당시 차용금을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고, 많은 채무를 부담하고 있어서 빌린 돈을 1개월 후에 갚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해서 인식하면서도 B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사기죄의 고의(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A가 돈을 빌린 이후로 변제한 사실이 없어 죄질이 불량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돈이나 물건을 빌려주고 반환받기로 하는 소비대차(消費貸借) 계약에서 채무불이행 행위를 사기죄로 처벌할 때에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주(빌려주는 사람)가 차주(빌리는 사람)의 신용 상태를 알아 변제불능을 예상할 수 있었고, 차주가 변제능력 등에 관해 허위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3. 대법원(2021도7942)의 판단

원칙 : 사기죄는 돈을 빌리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할 당시, 즉 해당 행위시점을 기준으로 변제의사나 능력을 판단 

가. 이유 1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기에, 소비대차 거래에서 차주가 돈을 빌릴 당시 변제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비록 그 후에 변제하지 않고 있더라도 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며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나. 이유 2

소비대차 거래에서 대주와 차주 사이의 인적 관계, 과거 또는 현재 거래 관계 등에 의해 대주가 차주의 신용 상태를 인식하고 있어 장래의 변제 지체나 변제불능에 대한 위험을 예상하고 있었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우 차주가 차용 당시 구체적인 변제의사, 변제능력, 차용 조건 등과 관련해 소비대차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다면 차주가 그 후 제대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변제능력에 관해 대주를 기망했다거나 차주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이유 3

- A가 B로부터 돈을 빌릴 당시 다른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으나 채무 전액에 대해 변제기가 도래하거나 독촉을 받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  

- A가 B로부터 돈을 빌린 이후 추가 대출을 받았지만 이는 차용일 후의 일이고 추가 대출 사실만으로 그 당시 A에게 변제능력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차용금 채무는 변제기의 정함이 없는 채무로 B의 독촉이 있고 상당 기간이 경과한 후에야 변제기가 도래하는 것이고 이후 A의 채무불이행은 실직으로 인한 경제사정의 악화라는 사후적 사정변경 때문으로 볼 수 있어 차용 당시 A에게 변제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 A는 실직 이후 경제사정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차용일부터 1년 10개월 후이므로 차용 당시 변제 못할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거나 그럼에도 차용을 감행해 변제불능의 위험을 용인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 나악 A가 변제불능의 위험을 인식·용인했다고 보더라도 B에게 '돈을 융통할 곳이 없다'며 신용부족 상태를 미리 고지한 이상 B씨가 변제불능의 위험성에 대해 기망을 당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4. 윤소평 변호사의 TIP


대법원의 무죄판단 이유를 더 살펴 보면, A가 자신의 변제능력에 대해 B에게 허위사실을 말하지 않은 점, A가 B에게 돈을 구할 방법이 없다고 말하며 B로부터 돈을 빌려 변제능력의 결여나 부족상태를 설명하지 않은 것도 아닌 점과 B의 A에 대한 신용상태나 채무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적극적 기망이나 소극적 기망(부작위 : 중요한 사실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아 만약 설명했더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는 요소)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기죄의 성립과 단순한 민사적 채무불이행은 사실 경계선상에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빈번하다. 다만, 원칙은 행위시점을 기준으로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있었느냐를 우선 판단하여야 하고, 행위시점 이후의 사정변경에 의해 변제하지 못 하게 된 사정은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고 단지 민사상 변제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차주(돈을 빌리는 사람)가 행위시 허위사실, 중요한 요소에 대한 설명누락 등으로 대주(돈을 빌려주는 사람)가 속아 돈을 빌려주게 된 상황이면 사기죄를 인정할 수 있겠으나, 차주에게 이러한 사정이 명확히 인정되지 않고 대주가 차주의 사정을 알고 있었거나 알았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기망이라는 요소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관련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5SxGkaLKw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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