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생활
용어설명
쌍무계약 : 계약 당사자 상호간 대립적, 대등한 의무이행이 전제된 계약(매도인의 등기이전의무 VS 매수인의 계약금, 중도금, 잔금지급의무)
편무계약 : 계약 당사자 일방만이 의무를 부담하는 계약(증여, 포기 등)
미이행쌍무계약 : 계약 당사자 상호간 일부 의무이행, 이행해야 할 의무가 남아있는 계약상태
해제 : 계약관계를 해소하여 계약체결시로 소급해서 계약을 무효화시키는 법률행위
해지 : 계속적 거래관계(임대차, 리스, 렌탈 등)에서 장래를 향해 계약관계를 해소하는 법률행위
도산 : 회생 + 파산
도산해제(지)조항
계약당사자들간에 일방에게 지급정지, 파산, 회생절차의 개시신청 등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상대방에 대해 계약의 해제,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거나 계약의 당연해제(지)사유로 정하는 특약을 하는 경우, 이 조항을 도산해제(지) 조항이라고 한다.
실무상 대기업과의 거래, 대형마트와의 거래, 리스회사가 최고(독촉)없이 통지만으로 리스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도산해제(지) 조항의 효력
대법원(2005다38263 등) 판결은, 원칙적으로 회생절차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도산해제(지)조항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할 수 없다고 보아 유효하다고 판시하면서 다만,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 도산해제(지) 조항의 효력을 부정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이란 회생절차 개시결정 당시 채무자와 상대방 사이에 상호 이행의무가 남아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매매계약의 경우 매도인은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고, 매수인은 잔금 중 일부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공사도급의 경우 수급인은 공사를 완료해야 할 의무가 있고 도급인은 공사대금의 잔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경우 등이다. 채무자와의 계약 상대방간 서로 의무가 잔존하고 있는 경우는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부분 해당할 것이다.
대법원은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경우 계약의 이행 또는 해제에 관한 관리인의 선택권을 부여한 회사정리법(현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제103조의 취지에 비추어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무효로 보아야 한다거나 적어도 정리절차 개시 후 종료시까지의 기간 동안에는 도산해지조항의 적용 내지 그에 따른 해지권의 행사를 제한한다는 등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라고 판시하여 매우 모호하게 판단하였다.
그런데, 서울회생법원 2012회확1735(2012회합72)사건에서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상대방에게 회생절차개시 이전에 항상 해제(지)권이 발생하여 법이 관리인에게 계약에 관한 이행 또는 해제(지)의 선택권을 부여한 의미가 몰각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도산해제(지)조항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는 판단을 한 바 있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이 아닌 경우, 도산해제(지) 조항의 효력이 부정되어야 하는지 여부는 부인권을 인정한 취지가 몰각되거나 공서양속에 반하는지 여부 등의 사정이 있는지를 개별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2012나2024972)의 판결
판시내용
1 계약당사자들간 회생절차의 개시신청, 개시결정 그 자체를 계약의 해제(지)권의 발생원인으로 정하거나 계약의 당연 해제(지)사유로 정하는 특약을 두는 경우가 많은 점,
2 쌍무계약으로서 회생절차개시신청, 회생절차의 개시결정 당시 쌍방미이행 상태에 있는 계약에 대해 별도의 법률규정이 없는 한 도산해제(지)조항에 의한 해제(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점,
3 회생절차 중 계약의 존속이 계약 상대방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중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거나 회생채무자의 회생을 위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도산해제(지)조항에 의한 해제(지)가 허용되어야 하는 점,
4 도산해제(지)조항의 경우 채권자들이 경쟁적으로 강제집행에 나서는 것을 중지시키고 영업을 계속하면서 공정하게 회생을 도모하고자 하는 회생절차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부당하게 우선권을 관철시키고, 회생채무자(기업, 개인사업자)가 계약을 이행함으로써 영업을 계속해 그 수익으로 채권자들에게 변제할 의도로 회생신청을 했다는 그 자체를 해제(지)사유로 삼는 것은 채무자회생법 제1조, 제119조 제1항, 민법 제2조, 제103조를 위반해 무효로 보아야 하는 점,
5 도산해제(지)조항의 효력을 부정하더라도 계약의 상대방은 회생채무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법정해제, 약정해제 등을 행사해 회생 채무자와의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회생절차의 신청, 개시결정 등의 사유를 계약해제(지) 사유 발생원인으로 정하거나 당연해제(지)사유로 정하는 약정을 둔 경우,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으로서 회생절차개시신청이나 개시 당시 쌍방미이행 상태에 있는 계약에 대해서는 별도 법률규정이 없는 한 도산해제(지)조항에 의한 해제(지)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도산해제(지)조항의 효력을 제한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갑'의 지위에 있는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지나치게 우월적으로 인정하고 회생 채무자의 지위를 열위에 둠으로써 회생절차를 통해 갱생하려는 채무자의 노력과 다수 이해관계인의 집단적 이해관계의 조절보다 특정 채권자의 지위를 지나치게 보호한다는 측면이 강했다.
특히, 대법원의 판결은 도산해제(지)조항의 효력을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고, 그 행사를 제한할 여지가 있다거나 민법 제103조 위반의 경우 효력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는 식의 두루뭉수리한 판단을 해 왔다.
과연, 구체적으로 "갑"의 지위에 있는 특정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어떤 구체적인 경우가 행사제한 내지 효력제한의 경우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게다가 미이행쌍무계약에서 회생절차의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거나 해제(지)를 선택할 수 있는 조항을 두고 있는데, 오히려 도산해제(지)조항은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등의 조문의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한다.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이유는 사업계속을 통해 유리한 계약은 유지하고 불리한 계약은 해제(지)함으로써 수익을 증가시켜 다수의 채권자들에게 가급적 최대한 많은 변제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도산해제(지)조항의 해제(지)권을 보유한 특정 채권자가 이를 좌지우지하게 함으로써 회생신청 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지위를 상당히 불안하게 만들고, 특별한 채무불이행 사유도 없는 상황에서 회생신청을 이유로 멀쩡한 계약을 해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위 고등법원의 판단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고 대법원까지 올라갈지 어떨지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관련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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