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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May 26. 2016

가수 조영남, 대작(代作)과 관련하여

윤소평변호사

# 사실관계


가수 조영남은 무명 화가 송모(60)씨에게 2009.경부터 300여점의 그림을 제작주문해 매수한 후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기망해서 판매해 왔다. 조영남은 화투 등을 소재로 화가로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검찰은 조영남의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하였고, 송씨는 "1점당 10만원 상당의 대가를 받고 그림을 그려 주면 조씨가 조금 손을 본 뒤 자신의 서명을 하고 수백만~수천만원에 그림을 판매해 왔고, 그 그림은 내가 90%를 그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영남은 "송씨에게 콘셉트(아이디어)를 주고 이를 그리게 한 것이고, 여러 미술가들과 마찬가지로 송씨를 조수로 쓰면서 작업한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법적 쟁점


가수 조영남이 제작, 판매한 그림들이 과연 조영남의 창작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인지, 그림의 구매자들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가 법률상 쟁점이다.


1. 검찰의 입장


검찰은 조영남의 그림대작은 미술계 관행으로 용인되는 수준을 넘었고, 조수의 개념을 넘어선 수준이고, 구매자들이 조영남이 직접 그린 그림인 것으로 인식하고 구매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작가가 작업생을 두고 본인의 감독 아래 옆에서 구체적 지시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을 관행이라고 한다면, 교수가 조교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함께 집필한 논문과 같이 공동저자를 밝히지 않는 것과 같은 것으로 저작권법 위반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2. 여러 법률적 견해

     

가. 대작의 허용범위에 따라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


대작이 허용되는 범위에 대해 작품의 종류, 성격에 따라 달리 법률적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견해는, 조영남이 그림제작에 어느 정도로 관여하였고, 지시, 감독을 하였는지를 따져 보아야 하고, 조영남이 컨셉트를 잡고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만 가지고는 조영남의 작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조영남이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지시하고, 관리, 감독을 하였다면 조영남의 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 기본 개념만 제공하고 마무리 작업으로 일부만 하는 것이었다면 공동저작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 주요 아이디어 제공을 누가 하였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


이 견해는, 누가 창작성에 기여를 했느냐가 관건이고, 최근에는 같은 그림의 복제본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메인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현대 미술이 개념중심으로 변모하고 있고, 한 작품을 제작하는데 여러 사람이 관여하거나 심지어 작품의 개념만 제공하고 제작 전체를 의뢰해 작품을 공표하는 경우도 있어 제작의 개념을 제공하고 제작을 의뢰한 사람, 즉 제작 의뢰인에게 작품에 대한 권리가 발생한다고 본다.


다만 구매자에게 작품의 제작 과정을 알리고 어느 부분에 작가의 창작성이 있는지를 알리고, 자신의 창작요소에 대해 설명하여야 하는 등 외부에 이같은 사실을 공표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한다. 단지 미술계 관행이라고 해서는 개념 제공자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 사기죄의 성립여부


조영남의 그림을 구매자가 대작 관행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상태에서 구매한 경우에는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는 의견과 대작사실을 구매자에게 전혀 고지하지 않고 자기 서명을 통해 자기 작품인 것처럼 판매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즉, 구매자가 조영남이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점에 중점을 두고 실제 그렇게 인식한 상태에서 구매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고, 미술품의 대작관행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구매자라면 그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라. 손해배상의 문제


구매자들이 사기를 당했다는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손해의 개념은 실손 개념으로 손해액의 산정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미술품 구매가격이 손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예술작품은 그 가치가 상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손해의 산정시기, 손해발생의 시점, 손해액의 확정이 어렵다.


# 사견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경우, 자신의 작업실을 '공장(factory)'이라고 부르며 작품을 대량 생산했고, 대량 생산을 위해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워홀의 경우에는 작품제작 과정을 이렇게 외부에 공표를 하였기 때문에 조영남의 케이스와는 다르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후 자기 작품인 것처럼 내다 파는 것이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조영남의 입장에서는 그 관행을 입증해야 하고, 구매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 관행의 존재와 인식 하에 그림에 대한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러한 관행이 암묵적인 것일 뿐이고, 외부에 고지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작품의 가격을 고가로 책정하여 판매한 경우에는 사기죄로 처벌하여야 하고,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도 구매대금에서 그림제작에 소요된 실제 비용과 노동가치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손해액으로 책정하거나 구매자들에게 위자료를 책정하는 식으로 해서 손해배상책임도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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