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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30. 2016

맨발의 꿈

윤소평변호사

# 줄거리


한때 촉망 받는 축구선수였지만 현재 사기꾼 소리를 듣는 전직스타 원광(박희순)이 인생역전의 마지막 승부수로 찾은 곳은, 내전의 상처로 물든 동티모르이다.

원광은 동티모르에서 커피장사로 대박을 꿈꿨지만, 다시 사기를 당하고. 대사관 직원 인기(고창석)는 원광에게 귀국을 권한다.

원광이 공항으로 가던 중 맨발로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을 목격한 후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팔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업에서 성공을 확신한 원광은 축구용품점을 차리고 아이들에게 하루 1달러씩 2개월 동안의 할부 계약을 체결하여 축구화를 판매한다.

하지만, 축구화살 돈이 없는 아이들에게 할부계약은 지키기 어려운 매매계약이 되고 만다.  1달러는 동티모르에서 큰 돈이었고, 달러 대신 닭이나 물건으로 할부금을 대물변제 받기도 한다. 아이들은 할부금을 지급하지 못 하게 되자 원광에게 축구화를 반납하고 원광은 다시 폐업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원광은 아이들로 축구팀을 결성하기로 한다. 내전으로 인한 상처를 지고 있는 아이들은 서로에게 패스조차 하지 않는다. 한 소녀가 자신의 오빠도 축구팀에 넣어 달라며 원광에게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히로시마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기로 하고, 참가승인을 받지만, 항공비가 없어서 바자회를 열어 항공비를 모으기도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대사관 직원 인기가 인터넷에 사연을 올리고 후원을 받아 항공비를 마련해서 믿지 못할 시합이 시작된다.




# 끝을 보고 싶다


주인공 원광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단 한 번도 끝을 내 본 적이 없다고 독백을 한다. 그래서, 동티모르 아이들을 데리고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을 하게 된다.


누가 그래? 꿈도 꾸지 말라고! 돈 없으면 축구도 하지 말라고!
운동장에 서면 미국 애들이나 일본 애들이나 다 똑같단 말이다!


주인공 원광이 "끝을 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상당히 인상깊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거나 도전했다고 하더라도 트라우마가 작용해 끝을 보지 못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원광으로 하여금 '끝을 보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 것은 무엇일까. 미련, 오기, 반감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지만, 동티모르 아이들이 품는 꿈이다. 꿈은 무모해도 유효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꿈만큼은 자유롭게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원광이 아이들을 데리고 히로시마로 갈 항공비가 없자 교회에서 기도한다. "기도할 줄도 모르지만 이번 한번만 도와주십쇼". 어찌보면 하나님에 대한 협박처럼 보이지만, 진실로 절절한 기도가 아닐 수 없다. 얼마후 절망이 깊어질 무렵 대사관 직원 인기(고창석)가 후원금으로 항공비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것이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당신을 위해 움직인다(연금술사 중에서).


# 다음이 있다


원광은 한국에 두고 온 아이와 통화를 하면서 시험을 못 봤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다음에 잘 보면 된다", "또 못 보면 그 다음에, 또 그 다음에 잘 하면 된다"는 말을 한다. 사실 이 장면에서 딴청을 부리느라 아들인지, 딸인지 확인을 하지 못 했다.


다음을 기약한다는 것은 미룬다는 것. '다음에 하지'와는 다르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사에 실패하고 변변찮은 원광이 이런 의미있는 말을 하였기 때문인지 말에 힘이 느껴진다.


끝을 보고 싶어 온갖 열정을 쏟더라도 결과가 원하는 것으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쏟아부은 열정은 무의미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원하던 결과이든, 원하던 결과가 아니든, 끝을 보았다는 것은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끝까지 달린 경우에만 다음이 주어질 수 있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토해낼 수 있는 모든 열정을 쏟아내고, 간절히 기도해 본 경험은 다음의 끝을 이번 끝과 다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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