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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un 30. 2016

헬스장 군상(群像)

윤소평변호사

학창시절에는 건강에 대해 염려를 하지 않더라도 자체 회복력이 왕성했기 때문에 운동과 섭생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군에 입대하고 나니 아침에 구보(조깅)를 시작으로 체력단련을 한 후 일과를 시작하는 복무일정으로 인해서 이 때부터 아침에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억울한(?) 군생활 중에서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아침운동습관일 것이다.


저녁에 운동계획을 삼는 것은 약속이 잡히는 등으로 인해서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피곤하지만, 방해받지 않는 새벽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일주일에 3회 내지 5회는 오전에 운동을 하고 출근한다.


그런데, 요즈음 아침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벤치프레스, 바벨, 덤벨 등의 순번도 기다려야 하지만, 러닝머신이나 스피닝 등도 자리가 별로 없다. 아마도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기 때문에 남녀를 불문하고 몸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헬스장에 사람이 한꺼번에 붐비면 페이스대로 운동을 하는데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차근히 생각해보니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 운동하러 온 사람들이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나는데로 유형을 정리해 보기로 한다.


# 특정 시기에만 눈에 띄는 사람들


새해가 되면 헬스장에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다. 못보던 뉴페이스들이 대거 헬스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아마 새해 계획중에 운동이 들어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몇년동안 같은 헬스장을 이용해 온 나로서는 이런 현상이 금새 사그러드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리고, 실제 2주 정도가 지나면 헬스장은 예전처럼 한산해 지고, 개인적인 페이스대로 운동을 할 수 있다. 


* 퍼온 이미지입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휴가철을 앞두고 몸만들기를 하려는 젊은 남녀들이 부쩍 늘어난다.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고 아저씨가 되었기 때문에 이성을 유혹할 멋진 몸을, 여름 휴가때 드러낼 필요가 없지만, 자유계약 선수들은 겨우내 한통이 되어버린 몸을 굴곡지게 만들기 위해서 땀을 흘리고 밥까지 굶는다. 


이런 시기에는 헬스장 도처에서 기함과 신음소리가 들린다. 서서히 운동량을 늘려야 하는데, 몸을 드러내야 하는 시기는 다가오고 운동할 시간은 부족하다 보니 갑자기 운동을 과하게 하기 때문이다. 아마 출근하면 졸거나 다음날 여러 부위가 쑤시고 시큼거릴 것이다. 


출근전 운동하는 젊은 남녀들이 증가한 것을 보면 아마 퇴근 후에는 더 많은 젊은 남녀가 운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나는 오전에 운동을 하기 때문에 퇴근 후 운동상황에 대해서는 목격하지 못 했다.  


# 주말과 공휴일에 몰아서 운동하는 사람들


주말과 공휴일에도 운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주중에 미루어 두었던 운동을 몰아서 하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들은 정기회원에 속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특징은 운동기구 대부분을 한번씩 집적거린다는데 있다. 그야말로 전신운동이다. 


근육을 늘리기 위해서는 특정 부위의 운동을 반복적 주기로 몇 세트를 해야 하는데, 쓰지 않던 근육을 갑자기 사용하게 되면 다음날 여러 부위가 쑤시고 시큰거릴 것이다. 


# 몸을 최대한 덜 사용하는 사람들


운동을 하면 땀을 내 줘야 개운함이 든다. 그런데, 운동을 하러 온 일부는 자신의 몸을 움직이기 보다는 기구에 의탁하는 경우가 있다. 거꾸리, 마사지벨트, 전동발판, 좌식 사이클(스피닝이 아닌 사이클) 등 자신의 몸은 움직이지 않고, 기계가 움직여 주는데로 피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유형이다. 좌식 사이클에 앉아서 신문이나 잡지를 보는 이들도 있다. 



# 운동보다 사우나에 치중하는 사람들


운동은 그저 몸을 움직이는 수준으로, 그리고, 운동을 했다는 사실에 정신적 만족을 취하면서 사우나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희한하게도 운동하면서 땀을 흘리지 않고, 사우나의 열기를 통해 땀을 흘린다. 


편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힘이 들지만. 더욱 희한한 것은 헬스장에서는 운동을 하지 않고, 사우나 내에서 팔굽혀 펴기, 뒷꿈치 들기,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거면, 좀전 헬스장에서 해당 운동을 할 것이지, 너무 자연주의적인 사람들인지, 때와 장소를 가려 운동을 하지 않고, 숨이 턱턱 막히는 사우나 내에서 운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 운동하는 모습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빨래가 귀찮아서 헬스장에서 제공하는 운동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편인데, 개인 운동복을 준비해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생문제이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남들이 같이 입는 운동복을 착용하기에는 찝찝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 트레이닝복을 착용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은 주로 젊은 남녀가 대부분이지만, 나이드신 분들도 상당히 개인 트레이닝복을 마련해서 운동하는 추세인 듯 하다. '뽀대'가 나기도 하고, 몸매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드러내고 싶다. 개인적으로 준비한 운동복의 기능성은 명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타이트한 운동복을 입으면 근육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운동을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사실 민망한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분들은 셀카를 너무 찍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남자들 중에도 셀카를 찍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는 것 같다.


# 소통을 즐기는 사람들

아침에는 확실히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매일 새벽 헬스장 오픈시간에 맞추어 나이지긋한 분들은 거의 100% 출석율을 기록한다. 몇일 간격을 두고 헬스장에 가보면 늘 그 시간에 나이지긋한 분들은 같은 자세로 운동을 하고 있다.


나이지긋한 여성분들은 간단한 다과, 간식을 마음맞는 회원들끼리 나누어 먹으면서 담소를 나눈다. 운동량은 수다와 같은 비중이거나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 거의 아점시간까지 헬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헬스장 밖 커피숖에서 커피라도 마시는 날에는 수다를 떨다가 점심먹을 때를 맞이한다.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개성을 좇아 다양한 방식과 모습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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