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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Oct 19. 2016

이혼후에도 부모는 필요하다

윤소평변호사

가정법원에 조정기일이 지정되어 법원에 도착하니 의뢰인뿐만 아니라 상대방 변호사와 당사자도 차가 밀려 늦는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정법원에 비치된 책자가 눈길을 끌었고, 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슬그머니 읽어 보았다. 


이제 부부는 아니지만, 부모라는 이름은 지켜냅니다

나의 관심은 이 한 문장에 쏠렸다. 그렇다. 이혼으로 인해서 그와 나는 더 이상 부부는 아니지만, 부모라는 막중한 관계는 남는 것이다. 이 책자에 적힌 내용을 나름에 의해 요술하면 이렇다.


# 영유아기


아기라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오히려 주변의 긴장과 갈등에 예민하다. 부모가 이혼스트레스로 인해 분노나 우울감에 차 있는 경우에는 아이는 자극에 느리게 반응하거나 발달이 지연되기도 하고, 퇴행되기도 한다. 


부모는 자신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고, 스킨십과 대화를 통해 아이가 충분히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육권자가 아닌 부모는 아이의 생활리듬이 깨지지 않게 규칙적으로 자주, 짧게 방문하여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는 기본양육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유치원기


유아들은 부모의 이혼이 자기 잘못이라는 죄책감과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진다. 갑자기 한쪽 부모가 눈앞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아이에게 천재지변과 같다.


부모는 이혼이 아이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 이혼하더라도 아이 옆에 있을 것이라는 사실,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해 주어야 한다. 양육권자가 아닌 부모는 숙박하는 방식의 면접교섭을 통해 아이와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고 아이와 놀러 다니거나 거한 선물을 사 주기보다는 일상적인 식사, 목욕, 재우기 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초등학생기


부모의 이혼을 이해는 하지만 재결합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부모가 재혼할 때 좌절과 실망을 느낀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양육친과 한편이 되어 비양육친을 증오하면서 관계를 단절하려고도 한다. 심각할 경우 인격적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비양육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부모의 재결합은 가능성이 없음을 단호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부모의 새로운 이성관계는 아이의 기분을 살펴 신중히 해야 한다. 생일, 명절, 방학, 기념일 등 공평하게 면접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양육비는 점차 증가하기 때문에 가급적 불편함이 없도록 추가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 청소년기


부모의 이혼에 대해 사춘기와 맞물려 정서변화가 급격하게 변하고, 학교생활에 문제를 보이거나 우울증, 반항, 자살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범적으로 학업에 열중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등 지나치게 조숙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 때 형성된 이성관은 성인이 되어서까지 미치는 경우가 많다. 


이혼에 대해 비난하더라도 진중하게 들어줄 필요가 있다. 자녀가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도록 대화를 해야 한다. 양육권자 결정에 있어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한다. 자녀에게 부모의 역할을 떠넘기지 말고, 함께 사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방학 등을 이용해 여행을 다니는 것도 좋다. 


# 변호사의 킥


부모가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만약 이혼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부모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이전보다는 아이가 느끼는 공허함은 더욱 클 것이 분명하다. 


이혼이 부부관계를 해소하는 것일 뿐이지, 아이와 부모관계를 끊는 것은 아니다. 이혼 전보다 아이에게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현재상황과 이혼의 의미에 대해 현실적으로 직시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나와 다툼이 있었던 상대는 배우자이지 결코 아이가 아님을 그 아이가 깨달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아이가 일방적으로 부모 중 일방을 증오하도록 만들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통상 이혼을 앞둔 부부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신의 고통에 집착한 나머지 위자료, 재산분할에만 관심을 기울이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의 아이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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