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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Nov 01. 2016

부부관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혼사유?

윤소평변호사

부부관계는 남녀가 혼인하면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습니다. 부부 관계와 관련하여 다수의 이혼소송이 있어 왔고, 판례도 상당히 축적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가령, 성기능이 다소 원활하지 못 한 점만 가지고는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거나 성기능이 불능이거나 이에 준할 경우에는 이혼사유로 인정하고 있고, 임신불능 사유만으로는 이혼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대법원의 판단에 의해 사례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 사례


A는 2013.경 B남을 소개받아 결혼했습니다. B는 A와 신혼여행 첫 날만 부부관계를 맺었고, 나머지 여행기간에는 관계를 맺지 않았습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6개월 가량이 지나도록 B는 A를 만지기만 할 뿐, 적극적인 부부관계를 맺지 않았습니다. 


A는 B가 자신을 배려하는 것이라 생각한 끝에 B의 태도를 감사하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A는 자녀를 낳고 싶어했고, B에게 여러 차례 의사표시를 하였지만, 번번히 B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고, 직장생활로 피곤하다고만 하였습니다. 


혼인기간이 1년이 지나자 A는 자녀를 임신하지 못 하는 것이 걱정이 되었고, B의 태도에도 다소 불만이 생겼습니다. 이 문제로 A는 B를 설득해 병원을 방문합니다. 진단결과 B의 정자수가 다소 부족하다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A는 B를 격려하면서 함께 노력하면 임신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B로부터 들은 답변은 시험관 시술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의사 소견에 의하면, 자연적 임신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하였음에도 B는 시험관 시술을 강요했습니다. A는 더 이상 다투기 싫어 여러 차례 시험관 시술을 받았지만, 번번히 임신에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B의 채무문제, 과소비 등으로 다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고, 급기야 B의 이직문제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문제로 심하게 다투게 되었습니다. A는 B와 다투기 싫어 왕복 4시간 가량의 이동이 필요한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A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B가 이렇다 할 노력도 하지 않았고, 여성으로서 부부관계를 계속 요구하는 것도 수치스럽기만 했습니다. 결국, A는 B에게 부부상담을 함께 받아보자고 하였고, 단 1회 부부상담 후에는 B는 더이상 진지한 대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 판결


A는 B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B는 이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하였습니다. B는 노력하면 될 것을 A가 이혼소송을 제기한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원은 B가 A와 진지한 대화나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고, 부부관계에도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자연임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였으며, 특히,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려는 진지한 태도를 보이지 아니하여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 변호사의 킥


혼인관계가 성관계만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를 출산하고 하나의 가정을 이루어 가는 것에 혼인의 본질이 있는 것인만큼 부부관계는 혼인을 유지하는 가장 큰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호감이 생겨 그것이 깊어져 사랑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혼인을 생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을 걷어내면 결국, 남남끼리 인연을 맺는 것이 부부입니다. 배려까지는 아니어도 상대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최소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부부는 여러 차례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었고,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상당 기간동안 그러한 메세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이혼을 하게 된 경우라 하겠습니다. 


직장동료나 선후배, 그리고 친구의 고민은 열심히 들어주면서 정작 배우자의 고민에는 무관심한 것이 대부분 부부들의 모습입니다. 


해결하려 하지 않아도 좋고, 해결책을 주지 못 해도 관계없습니다. 그저 들어 주기만 하고, 들으려고 노력하기만 해도 부부란 다시 좋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묘한 관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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