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평변호사
학생들에게는 방학(放學)이 주어진다. 잠시 학문을 놓는다는 의미로 공부에서 손을 놓는 시기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늘어지게 나태해 질수도 있는 그런 시간이다. 하지만, 지금은 방학때 더 바쁘게 지내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현실이지만, 어쨌든 방학은 아이들에게는 기다리던 시간적 선물인 셈이다.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방학이 있다. 영업적 이유에서든지, 아니면, 어린 아이들을 배려하기 위함인지 모르겠지만, 방학은 성인이 아닌 자들에게 주어지는 제도적 시간이다.
어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재충전하고 소진된 열정과 정력을 회복할 수 있을 듯 하다. 직장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면 씻지도 않고, 뭉기적 거리며 TV, 영화, 책, 만화책 등을 보거나 아니면 이불 속에 파묻혀 실컷 잠을 청하던가, 마음껏 나태함과 여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른에게 방학이 없다 보니 여름 휴가, 연말연시, 명절 전후 등 이틀 이상의 휴일이 간절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진정한 휴식이란 방해받지 않고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기간에는 또 무언가 역할수행을 해야 한다. 진정한 의미에서 휴식이 아닌 셈이다.
어른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 여러 징표가 있을 수 있지만, 방학이 없다는 점은 새삼 어른임을 인식시킨다.
연말이다. 지난 일을 후회해 보기도 하고, 그간 소원했던 이들과 만남을 예정하고 있는 시기이다. 다소 마음이 소란스러워지고, 온전한 차분함을 유지하기에는 외부적 환경과 요인이 소란스럽다.
방학을 맞이할 수 없는 어른에게 시기에 따라 도래하는 연례적이고 정례적인 모임과 행사가 가지는 의미는 나이를 먹을수록 점차 변화되어 간다.
어른에게도 방학이 있다면 삶의 중요한 기로에서 신중하고 더욱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으련만, 그런 기회는 퇴사나 사직, 휴업, 폐업을 하지 않는 이상 실현되기 어렵다.
짧게 주어지는 휴식시간에 집중적인 고민을 통해 미래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 이중적 압박이 어른을 어른답게 만들기도 하지만, 고단하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