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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평변호사 Jan 13. 2017

아버지와 가족간의 가깝고도 먼 거리

윤소평변호사

황혼이혼이든, 그렇지 않은 이혼이든 이혼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아버지, 남편의 하소연을 듣게 된다. 직접 의뢰인일 경우에도 그렇지만, 상대방인 경우에도 그렇다. 


"아이들은 지 엄마편이에요. 나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아요!"



이혼사유를 입증하기 위해서나 위자료 청구를 위해서 자녀들의 진술을 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가 소송상 자주 발생한다. 

실무상 중학생 시기에 접어든 자녀들의 진술은 양육권자 지정, 이혼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여부, 위자료 인정 여부 등을 결정할 때 자녀들의 진술이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성년자들의 진술이라면 더욱 신빙성이 높아진다. 

남편이자 아버지인 소송당사자는 자신이 가부장적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자신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자가진단을 하면서 하소연한다. 

황혼이혼에서 두드러지듯 외벌이 가정에서 아버지는 돈을 벌기 때문에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이를 거침없이 행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권유와 설득이 아닌, 단순 강요의 형태로 주어진 권력을 행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버지이자 남편의 머리 속에 악의는 없다. 

가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 하지만, 그 다스림도 트렌드에 맞추어져야 한다. 아버지이자 남편의 한마디에 마누라, 자식들이 벌벌 기던 시절은 가고,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토론으로 설득해야 시기임에도 시대적 흐름과 상황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 한 아버지이자 남편들은 서서히 가족들의 마음 속에서 멀어져 버린 것이다. 


아버지란, 없어서는 안 되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였으면 하는 존재


어떤 글에서 아버지의 정의를 이렇게 내려놓은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웃픈 정의가 아닐 수 없다. 딱히 잘못한 것은 없는데, 어느새 아버지는 가족들로부터 서서히 거리가 두어진 것이다. 뼈빠지게 일해서 먹여 살린 보람이라는 것이 냉대와 냉소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하지만, 모든 결과와 현상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가부장적이라고 평가하는 아버지 역시 자신의 부족함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있다. 

"그동안 내가 심했지!". 이 한마디로 멀어진 거리를 단축시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이대로 거리를 유지한 채 생을 정리하는 수순으로 진행한다면 서글프고 외롭지 않을 수 없다. 

가족은 힘과 권력에 순응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가장의 상명하달식 오더에 늘 복종해야 하는 부하도 아니다. 철저하게 수평적인 관계에서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스스로도 존중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 이로써, 진정한 존경으로부터 우러나는 권력과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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