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회생 파산

기업의 실패와 회생제도에 대한 소고

윤소평변호사

by 윤소평변호사

#1 기업실패 사례 원인과 유형의 다양성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업종의 수만큼 다양한다. 그리고, 조직의 문제, 개인의 문제, 천재지변 등 지배관리 가능한 영역에서 실패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 실패의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성실하고 정직한 실패에 대해서는 재도전의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부도덕하고 학습효과가 없는 실패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솎아 내야 한다. 사실 창조적이고 정직한 실패기업과 부도덕하고 기업정신이 없는 실패기업을 구별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몇몇 도덕적 해저드에 빠진 기업들 때문에 선량하고 정직하며, 창조적인 기업들마저 실패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지 못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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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른 나라의 사례


EU는 중소기업법을 통해 창조적인 기업정신에 대해서는 이를 지원하고 정직한 기업의 신속한 재도전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파산법은 신생기업과 재도전 기업(갱생회사)에 대해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신생 기업의 성공률이 18%인데 반해 재도전 기업의 성공율은 20%라는 점에서 재도전 기업에 대해 차별을 두지 않아야 한다(2016. 5. 9.자 이투데이)


#3 국내 현실


청년들이 창업하기를 두려워 하고, 기존 기업가들이 갱생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빚더미에 앉을 위험성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정치와 경제가 유착을 하였고, 국가발전을 위해 타겟 대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실시해 왔다. 때문에 고도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어낸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정한 행위가 만연하였고, 기업가들은 자기 재산을 늘리고 은닉하는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업과 기업가가 법적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회사 재산을 자신의 재산처럼 유용하고, 회사 대출금을 사금고처럼 활용하는 폐단을 줄이고자 연대보증 제도가 금융시장에 일반화되었다.


특히,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은 입법 당시 회사와 개인에 대한 법적 효과를 분리하는 제도를 취했다. 때문에 회사에 대한 채무는 대부분 기업가의 개인채무가 되었고, 회사가 갱생하더라도 기업가 개인의 채무는 고스란히 남게 되어 개인적 삶은 피폐해 진다. 다만, 기업가 개인에 대해서도 회생제도를 취해 회사와 함께 갱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 실무이다.


문제는 대부분이 주식회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식회사는 말그대로 주식만큼의 유한책임을 본질로 하는 회사 유형이다. 하지만, 역사적 경험과 선입견 때문에 실제로는 무한책임의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대보증제도는 지분구조와 관계없이 기업가 개인의 자산으로 회사의 채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무한책임인 셈이다.


벤처, 창업, 기존 기업들이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그리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창의적인 기업이 발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창업이든, 기존 중소, 중견기업이든 기업가에게 개인책임을 옭아매 무한책임을 지우니 섣불리 창업, 기업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기업조차 갱생하기 힘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게다가 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를 취하더라도 성공율이 높지 않고, 그 과정을 졸업하는 경우가 상당히 저조하다. 그 이유는 회생회사에 대한 선입견과 회생에 성공한 기업에 대해서 신생기업과 같은 신용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종의 낙인효과가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셈인데, 성실하고 정직한 그리고 창의적인 실패기업을 신생기업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하면 국내 현실은 부정적 의심이 재도전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이다.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도전할 생각보다는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안정적인 공무원, 교사 등의 직업을 선호하는 이유도 실패했을 경우 냉혹한 평가와 개인적 삶의 파괴 때문에 창업에 도전하기를 기피한다.


부도덕하고 나태한 실패기업은 퇴출시켜야 마땅하지만, 이같은 일부 부작용 때문에 대부분의 선량한 창의적 기업의 창업을 막고, 재도전 기업의 갱생의지를 꺾는 것은 우리가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을 배출하지 못 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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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향점


기업회생 전문변호사로서 회생절차에서 변제계획을 삼을 때 M&A를 통한 변제계획을 제출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인수대금이 차질없이 지급되어 회생에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 정부나 대기업은 회생제도를 취하고 있는 중소기업, 벤처, 스타트업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적은 인수대금으로 창의적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회생절차에서 M&A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채무인수와 조세때문이다. 인수회사가 회생회사의 채무를 책임지는 것도 모자라 체납세금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제도적 문제때문에 실무에서는 M&A가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정부 조세제도와 채무인수에 대한 정책적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기업의 성공은 아이디어나 아이템만으로는 어렵다. 죽음의 계곡(초기 창업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하였다하더라도 사업화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넘어야 할 어려움)을 건너 다윈의 바다(경영 마케팅 시장변화 등 기술 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를 건너야 어느 정도 기업으로서 안정성을 갖추게 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은 폐업이나 도산에 이르게 된다. 때문에 정직하고 창조적인 실패에 대한 재도전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은 신생기업과 갱생기업에 차별을 두지 말아야 하고, 법제도 이들에 대해 우선지원, 보장책을 제공해야 한다.


금융의 변화도 필요한데, 담보금융에서 기술금융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기술평가와 가치평가를 시스템화해서 투자금의 규모를 책정하고, 담보없이 기술 자체에 대한 투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실 연대보증은 인적담보에 해당하는 것으로 이또한 담보이다. 나아가 회사에 대한 대출시 연대보증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현재 회생제도는 주채무자인 회사의 회생제도에서 채무가 면제되거나 출자전환이 이루어지더라도 연대보증인의 채무에는 변동이 없어 실무상 기업가에 대한 회생도 별도의 사건으로 처리되고 있다. 보증채무는 부종성이라고 해서 주채무의 증감에 따라 변동되는 것인데, 회생제도에서는 부종성을 법규정으로 막아 놓았다.


회사가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서는 주식시장과 금융권, 개인사채 등에 불과하지만, 클라우딩 펀드와 같은 소셜 시스템을 이용한 자금수집 방법이 다각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정한 이익배당의 제도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성공 사례군의 수집을 통해 이를 교육자료와 홍보자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성공한 벤처, 스타트업 사례군에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통해 창업을 준비하거나 기존 기업가들에게 진취적인 정신을 고무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성공사례군을 통해서 성공방법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할 수도 있다.


종래에는 법인설립시 최저 자본금제도가 있었고, 회사 자본충실의 원칙에 따라 일정 자본금이 법인 내에 유치되어 있어야 했다. 허위로 자본금을 납입하면 가장납입죄로 처벌되기도 한다. 하지만, 법정 최저자본금제도가 폐지되어 법인설립에 등기비용 정도만 소요하면 회사 하나를 금새 설립할 수 있다.


기업가들을 보면, 영업, 기술개발 등 본업에 매진하는 나머지 회사의 경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많다. 회사 설립초기부터 기초적인 세무, 재무, 회사법, 개인책임 등에 대한 교육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 뚜렷한 매출도 없으면서 회사를 2개 이상 보유한 사람도 있고, 법인자산과 개인자산의 구별없이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기초적인 법인세와 관련한 지식은 전무하다. 세금이 부과되면 납부할 방법만 궁리하는게 고작이다.


초기 창업회사에 대해서는 준조세도 대폭 감면해 줄 필요도 있다. 노사갈등의 역사속에서 근로자에 대한 권리보호와 강화가 노동법에서 실현되다 보니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원초적 비용과 세금 이외에 준조세가 회사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준조세는 일정 매출액, 자산규모 이상의 회사에 적용하도록 하고, 창업, 스타트업 등 벤처에 대해서는 대폭 감경해 줄 필요가 있다.


#5 결어


개인이나 기업에 있어서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 경쟁사회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창의가 효율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나 기업의 창의가 과거와 달리 파급적 효과의 규모를 달리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 금융, 대기업 등 사회 전체가 창의적 기업이나 건전한 기존 기업들의 재도전과 갱생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줄 필요가 있다.


회생실무를 하면서 느끼는 한계와 제도적 문제, 그리고 불법과 도덕적 해이 등을 다 함께 목격한다. 하지만, 여전히 믿음을 버릴 수 없는 것은 선량하고 정직하며 성실한 실패기업이 더 많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업가 또한 자신의 삶과 사재를 모두 기업에 쏟아부은 사례가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


부덕한 사례 때문에 강화된 규제와 선입견은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우리가 적응하고 선도해 나가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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