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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스페셜 Dec 13. 2015

핑크에 물들다
가슴으로 말하다

Chapter 1.

유방암어떤 질병인가?     


전 세계 여성암 발병률 1우리나라에서는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은 여성암이 바로 유방암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 8명 중 1명에게서 발생한다고 알려질 만큼 

발병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서울 종로 서울대학교 병원에는 유방센터가 있다

유방 질환에 관한 모든 진료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지난 2004년 개설 후 병원 속 병원 개념의 원스톱 진료센터이다이 곳에는 노동영 전 유방센터장을 비롯한 여성 유방건강에 다양한 클리닉과 지원시스템이 갖춰져 있다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우 모임인 비너스회도 활동하고 있다.


40대 여성 환자 이해지(49·가명)씨는 현재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다.


이해지(가명) 49세 / 유방암 환자

“처음에 (유방)암에 걸렸을 때는 전혀 아닐 줄 알았는데 내가 걸렸다고 그러니까 믿어지지 않았죠.”     


우리나라 유방암 발병자 수는 2010년에 16,398명으로 14년 사이 약 4배나 늘어났다.

유방암 치료를 위한 수술법은 국소치료법으로 유방에 대한 수술과 겨드랑이 림프절에 대한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유방의 암 제거와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 여부를 확진하기 위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노동영 교수 / 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

이 환자는 이제 좌측 가슴 위쪽에 2.5cm 짜리 종양이 생겼는데 본인이 뭐가 만져져서  왔습니다. 검사를 했을 때는 임파절이 약간 의심이 되고, 겨드랑이 임파절이 약간 의심이 됐습니다.  종양을 떼어 내보니 한 2기 정도로 돼 보였어요. 그래서 수술을 먼저 하기로 결정했고 다른 데 전이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유방암이란 무엇일까?

유방암이란 유방조직 즉 유선과 유선조직을 지지하는 지방결체조직림프관에서 발생하는 암을 의미한다

유방암 대부분은 유관과 유엽에 있는 세포그 중에서도 유관세포의 상피세포에서 기원하지만 치료하지 않을 경우 혈류와 림프관을 따라 전신으로 전이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노동영 교수 / 서울대병원 유방센터장(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

유방암은 주로 여성에게 걸리는 암입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성장을 하고  사회적으로 여성들이 많이 서구화됨에 따라서 굉장히 급증하고 있는 암 중에 하나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젊은 여성에게 상대적으로 유방암이 많이 발생하고 있죠.


결국 여자라면 누구라도 안전할 수 없는 질환이 바로 유방암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도 설마 나는 안 걸리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2003년에 유방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던 박춘숙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춘숙 65세 / 유방암 환자

처음에 나는 모유를 먹여서 (유방암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어요. 모유 수유하는 사람들은 괜찮다고 그랬는데 걸렸으니까 그 때는 정말 너무 당황했어요.


유방암 발암 과정에 있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과 수유 등으로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짧아지면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008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유방암 발병 인구수에 있어서 미국과 유럽 등 구미지역의 1/3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유방암 발생률은 감소 추세인 반면 국내 유방암 발생률은 증가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유방암을 의심해볼 수 있을까


첫째겨드랑이부터 가슴 전체 쇄골까지 눌러보아 멍울이 만져지는 경우.

둘째분비물특히 한쪽 유방에서 짜지 않고도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

셋째유방의 모양이 변하거나 피부가 보조개처럼 함몰되는 경우 유방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Chapter 2.

유방암, '함께' 이긴다



세계적 스타인 잉그리드 버그만, 올리비아 뉴튼 존, 앤젤리나 졸리 등은 유방암과 관련된 특별한 사례로 꼽히는 이들이다. 유방암으로 사망했거나 고통 받은 병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졸리는 뉴욕타임스지에 '내 의학적 선택'이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자신에게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인자가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 3개월에 걸쳐 양쪽 유방 절제 수술과정을 마쳤다고 밝혔다.

졸리는 그동안 이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다른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소망을 갖고 이 글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 


졸리가 수술받은 베벌리힐스 한 병원의 간호사들과 집도의(앞줄 파란색 원피스 입은 여성)가 기자회견하는 장면.



유전학적 생물학적 특성상 유방암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훨씬 발병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성성과 모성의 상징인 유방을 위협하는 유방암그 유방암과 싸우며 더 큰 가슴으로 희망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얼핏 보면 평범한 주부 가요 교실처럼 보이는 이 곳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방암 치료 중이거나 완치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 모임의 명칭은 그래서 특별하다


유경희 59세 / 유방암 환자(한국비너스 회장)

비너스가 미(美), 아름다움 미의 상징이잖아요. 우리 여자들이 기본적으로 아름다워야 되는데 가슴이 그렇게 돼서 어느 한편으로는 상실감이 있잖아요. 2000년도에 2월 13일에 창립이 됐는데 그 때 교수님이랑 여러분들이 비록 가슴은 그렇게 됐어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유지하라고 비너스회를 만들었고... 그러니까 새로운, 다른 아름다움으로 탄생하라고.


그 이름 덕이었을까

함께 하면서 회원들은 예전에는 몰랐던 기쁨과 보람을 찾았다고 한다


이경희 52세 / 유방암 환자(한국비너스 회원)

집에만 있지 않고 이렇게 한 번씩 합창에 나오는 날은 정말 행복하다 그럴까, 전철타고 두 시간을 오는데 오는 내내 합창 녹음한 걸 들으면서 그렇게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안서연 53세 / 유방암 환자(한국비너스 회원) 

여기에 와서 같은 환우들하고 이 모습 저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런 새로운 삶을 또 한 번 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어렵고 긴 터널이지만 우리가 그 시간을 극복해 나가면, 저는 지금 제 인생이 ‘제2의 인생’, ‘나만의 인생’ 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어요. 



서로 다른 목소리가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듯 서로가 있어 삶의 평화와 기쁨을 얻었다는 사람들

나이도 고향도 취미도 모두 다른 이들이 그렇듯 서로 믿고 의지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밥 먹는 사람들이 식구다

한국비너스 회원들의 우정

강원도 홍천의 한 전원주택유방암 환우 모임인 한국비너스회의 회장인 유경희씨가 살고 있는 집이다

유씨의 집 앞 들판은 온통 초록색이다

알고 보니 들판을 가득 채운 풀들의 이름은 곤드레’.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가 쉽고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원래 서울이 집이었던 유경희 씨는 유방암 발병 후 이 곳으로 내려왔다고 한다암 치료 후엔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 씨는 그동안 유방암 환우모임을 하며 고마웠던 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함께 식사하는 이들이 식구라는데다정히 밥을 먹는 모습들이 정말 가족 같다

이런 친밀함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유 씨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유경희 59세 / 유방암 환자(한국비너스 회장)

운동도 같이, 등산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가끔 요가도 하고 또 단체로 차 한 대 빌려서 어디 가기도 하고. 전에는 몰랐는데 그 일반 사모임보다 훨씬 재미나요. 같은 병을 앓았죠, 앓았기 때문에 (더 친밀감이 느껴지지) 맞아요.



유경희 59세 / 유방암 환자(한국비너스 회장)

저희가 한 2~3년 전에 수련회를 1박 2일을 장성이라는 데로 갔었고, 그 때의 숙소가 우리만을 위한 거였어요. 그런데 거기 목욕탕이 있었는데 우리 한꺼번에 다 같이 들어가서 모두 즐거워했죠. 어떤 환우가 목욕탕에 간 얘기를 죽 썼어요, 감명 깊게. 자기가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목욕탕에 간 여자라고 하면서.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유방암의 고통을 이해해주는 환우들을 만나면서 다시는 찾지 못할 것 같았던 일상의 즐거움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겪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유방암이었지만 유방암을 이겨내면서 더 큰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들

이들에게 있어 서로는 어둠을 비추는 따뜻한 불빛이 되고 있다     



Chapter 3.

핑크마라톤함께 하는 가슴 건강



아무리 큰 고난과 역경일지라도 그것을 이겨낸 사람에게는 큰 자산이 된다핑크마라톤은 유방암을 이겨내고 또 다른 환우들을 위해 혹은 일반인들을 위해 유방암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의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

한국유방건강재단은 유방암 환우들의 수술비 지원과 유방암 연구를 위해 서울대병원 노동영 교수와 아모레퍼시픽 임직원들이 함께 설립한 사회단체이다     

2000년도부터 시작매년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핑크리본 사랑마라톤 대회는 올해에도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     

마라톤 참가비용은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쓰이며 마라톤뿐만 아니라 유방암 자가검진 강좌유방진료 등 유방건강을 위한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김정호 사무총장 / 한국유방건강재단

한국유방건강재단에서는 여성의 유방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유방자가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이런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미진 / 충북제천

이 핑크리본이 여성건강을 위해서 추진하는 대회라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우리 건강도 챙길 겸 여성분들도 응원할 겸 해서.





참가자들의 호응이 가장 좋은 체험 중 하나가 유방암 자가검진 강좌다

한국유방암예방강사협회 소속인 한규미 강사

한씨도 9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기 전에는 참가자들처럼 유방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고 한다


한규미 / 한국유방암예방강사협회

당연히 놀랐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울음조차도 나오지가 않았고요. 특히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주변에 알려지는 것조차도 두려웠어요. 그리고 가장 심했던 건 우울증이요. 여성의 상징인 유방이었기 때문에 어디 드러내 놓고 얘기할 수도 없었고, 친구들조차도 만나기가 힘들었고요, 한 일 년여 시간동안 우울증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집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려웠고요.


이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 한씨를 구해준 것은 바로 자신과 같은 환우들이었다같은 유방암 환자 출신 강사인 조경자씨도 이구동성이다


조경자 / 한국유방암예방강사협회

1997년도에 발견이 됐는데요. 그때는 암, 그러면 곧 죽음, 암은 죽는다고 생각했던 때예요. 굉장히 무섭고 두렵고, 그런데 막상 수술하고 보니까요.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굉장히 예후가 좋고 생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이런 것을 내가 너무 막막하고 답답했던 그런 것을 진단을 받은 분들한테 알려주고 싶고 또 그렇지 않은 사람들한테도 우리 여성들은 누구라도 걸릴 수 있다는 걸 알려줘서 미리 예방을 하고 그리고 두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줘서 ‘혹여나 발병이 되더라도 저처럼 두렵고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유방암을 앓았던 사람들이 하는 강의라서 그런지 현장 반응도 좋은 편이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예후가 좋고 유방을 보존할 수 있으며 완치도 가능하다고 한다

평소 유방자가검진을 꼭 해야 하는 이유다

유방자가검진 중 하나인 촉진법

유방 주위 바깥쪽 상단 부위에서 원을 그려가면서 안쪽으로반드시 쇄골의 위아래 부위와 겨드랑이 밑에서부터 유방 전체를 손으로 눌러 검사해야 한다     





김소연 / 대전 중구

20대인데도 미리 조심을 해야 되고 확인을 하고 자가진단을 해서 좀 의심된다 싶으면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김성언 이사 / 한국유방건강재단

유방암을 조금이라도 일찍 진단하고 빨리 치료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삶의 질 측면에서도 좋다고 볼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자가검진, 또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유방검진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유방암 완치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평소 유방암의 위험인자에 대해 잘 이해하고 보다 건강한 식생활

운동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유방자가검진정기검진 등 조금만 더 유방 건강에 유의한다면 유방암 발병의 위험성을 훨씬 줄일 수 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들 한다     

뛰다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라 견딜 수 없을 것 같지만

함께 달리는 동료들과 나 자신을 믿기에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는 

마라톤처럼유방암이라는 고통스런 병마도 이길 수 있다는 의지를 갖는다면 

고통을 이겨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가장 뜨겁고 큰 가슴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자료제공 = 한국유방건강재단 (www.kbcf.or.kr)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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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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