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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 Apr 26. 2024

언더그라운드

나의 영국 이야기_왜 영국 일까

십 년쯤 전의 일이다. 은퇴한 어느 지인이 나에게 책을 읽다 보면 여유 시간이 잘 간다고 했다. 그때는 그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도 책을 종종 사봤지만 그것은 필요에 의해서였다. 뭔가 내 지식을 위해서 필요한 책들을 사고 읽었다. 그래서 그분이 책 이야기를 할 때 자세히 듣지도 않았으며 따분하게 느꼈다. 그때 나는 여유 시간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운동을 하거나 사람을 만났다. 주말에 운동 약속이나 저녁약속이 없는 날이 거의 없었다. 내가 만약 은퇴를 해서 시간이 많다면 매일 운동하러 다니고 매일 사람들을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나는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 운동도 혼자 하는 운동을 선호하게 되었고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 밥 먹는 일도 한 달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게 줄었다.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책을 충동구매하는 것은 아주 좋아한다. 내가 온라인을 선호해서 그런지 몰라도 책을 충동 구매 하는 것은 길을 지나가다가 보이는 서점에 들어가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주로 책을 읽다가 충동구매식으로 계획에 없던 책을 사는 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에 책이 나온다. 저자가 어떤 책을 언급할 때이다. 만약 그 책이 내가 읽지 않은 책이고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면 나는 당장 그 책을 산다. 또 책을 읽다 보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지식이나 인물 또는 지명이 나온다. 그러면 나는 그와 관계된 책을 찾게 되고 그때 적절한 책이 나타나서 내 관심을 사로잡으면 나는 책을 찾아서 주문한다.


코로나 기간에 내가 재밌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 올리비아 랭의 책들이었다. 나는 주로 한 저자의 책을 한 권 읽고 마음에 들면 그 저자의 책을 다 사보는 편이다. 올리비아 랭의 이상한 날씨가 마음에 들어서 국내에 나와있는 저자의 모든 책을 다 사서 봤다. 이런 식으로 마음에 들어서 저자의 책을 대부분 산 경우 그다음의 책들이 다 성공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올리비아 랭의 책들을 산 것은 그래도 그런 정도의 실패는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저자의 책을 다 사는 경우가 많지는 않은데 대부분 영국 작가들의 책이 그랬다. 영국 작가들의 책은 소설이던 에세이던 아름답기보다는 사실적이다. 그리고 어쩔 땐 도대체 이 저자는 얼마나 연구를 한 걸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실이나 지식을 토대로 하고 있다.  


또 생각해 보니 남들이 아무리 재밌다고 해도 나는 드라마를 찾아보는 편이 아니다. 드라마에 대해 별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다 본다고 하더라도 한두 편 보고 나면 그저 그래서 그만두는 편이다. 그런데 영국의 드라마 특히 수사물 드라마는 거의 모든 시리즈를 다 찾아서 봤다. 미국 드라마는 해피엔딩이 주를 이루고 수사물도 뭔가 완벽하게 짜여서 악을 쳐부수는 류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영국드라마는 뭔가 어둡고 우울하고 슈퍼맨 같은 주인공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고 우울하게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나는 왜 많은 책과 드라마 중에서 영국 작가의 책과 영국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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