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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 Apr 28. 2024

향기로운 추억

입맛의 성장_캐러멜

요즘은 여섯 시 반이 되어도 밖이 어둡지 않다. 나는 점점 낮의 기온이 따스해지는 이런 봄이 되면 소풍이 생각난다. 봄과 가을마다 학교에서 가는 소풍은 공부를 안 하고 노는 날이었다. 게다가 특별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나는 소풍 하면 김밥도 떠오르지만 진한 갈색의 네모난 정육면체의 캐러멜을 떠올린다.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딱딱하다가 곧 달콤함을 주면서 부드러워지고 입안에 붙어서 사라질 때까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오래된 기억 속의 음식이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처음을 기억하기란 쉽지가 않다. 강렬한 기억이 남아있어도 세월이 가면 잊히게 마련이다. 캐러멜에 대한 나의 기억도 그렇다. 언제 처음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어떤 캐러멜을 먹었는지는 기억한다. 미국 캐러멜이었는데 꽤 커다란 깍두기 만한 캐러멜이었다. 투명한 비닐에 쌓여있는데 갈색과 진한 갈색 두 종류가 있었다. 두 개의 맛이 살짝 다른데 진한 갈색은 약간 초코맛이 났다. 나는 우유맛이 더 나는 갈색의 캐러멜을 좋아했다. 


캐러멜은 입에 넣으면 입안이 꽉 차고 처음엔 별 맛도 향기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입안의 온도 때문에 캐러멜은 천천히 녹기 시작한다. 그때 나는 향기는 설탕과 우유의 좋은 점만 합쳐서 살짝 태운 것 같은 향기다. 사탕을 빨아먹듯이 계속 입안에 물고 있어도 되고 아니면 씹어 먹어도 된다. 몇 번 씹으면 처음에는 그 부드러운 촉감이 참 좋다. 그리고 정육면체는 형체를 알 수 없이 부드럽게 되어 녹아내리다 사라진다.

  

내가 용돈을 받아서 가게를 들낙 거리게 될 무렵에 우리나라에 일본 제품과 똑같은 캐러멜이 나왔는데 그때 캐러멜을 가장 많이 사 먹었다. 노란색 통에 들어있었는데 하얀 종이에 쌓여있었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수십 개가 들어 있던 깍두기 크기만 한 미국 캐러멜에 비해서는 양이 작았다. 그리고 몇 년 뒤에 과일 향의 캐러멜이 나왔다. 여러 가지 과일맛이 나는 캐러멜은 납작한 직사각육면체였다. 화려한 색의 종이에 포장되어 있었는데 과일향과 새콤한 맛이 포인트였다. 


그다음에는 어떤 캐러멜이 나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더 이상 캐러멜을 사 먹을 나이가 아니어서였는지 아니면 그것 말고도 먹을 게 많아서 더 이상 캐러멜을 사 먹지 않아서였는지 나는 더 이상 캐러멜을 사 먹지 않았다. 


굳이 돈을 주고 캐러멜을 안 사 먹은 지는 몇십 년은 된 것 같다. 하지만 얼마 전 거리를 걷다가 캐러멜 냄새를 맡았다. 탕후루 가게 앞을 지날 때였다. 그리고 이런 계절에 내가 설레면서 기다렸던 소풍도 생각나고 노란 상자에 담겨있던 캐러멜도 생각났다. 


소풍 갔다가 다 먹지 않고 몇 개 남겨서 가져와 집에서 조용히 까먹던 기억도 났다. 그때 내게 소중했던 캐러멜은 이제 건강에 안 좋은 음식으로 쳐다보지도 않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기억 속에서 캐러멜은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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