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입맛의 성장_녹두빈대떡

by YS

광장시장에는 녹두 빈대떡을 파는 곳이 있다. 꽤 두꺼운 빈대떡을 굉장히 많은 기름을 넣고 튀기듯이 구워준다. 겉이 바삭하고 두꺼운 녹두 빈대떡을 양파를 절인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은 별미다. 나도 그 빈대떡을 사서 몇 번 먹었다. 하지만 솔직히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집에서 먹던 빈대떡보다 좀 더 퍽퍽했다.


녹두라는 말을 들으면 녹색의 작은 알갱이가 생각난다. 그게 뭔지 모를 때도 그렇고 알고 있는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실상은 녹두 알갱이는 좁쌀보다는 크고 카스텔라의 가루 같은 노란색을 가진 알갱이이다. 그 노란색의 알갱이가 갖고 있는 껍질이 녹색이어서 녹두라고 부르는 것인지 모르지만 녹두를 불리기 전에 씻을 때 보면 녹색의 껍데기에 쌓여있었다. 나는 불고 있는 녹두를 보면 노란색의 알갱이들이 카스텔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제사가 다가오면 할머니가 우리 집에 와있는 게 너무 좋아서 나는 할머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할머니는 주로 부엌에서 제사 때 쓸 음식을 만들었다. 그중에 미리 준비하는 건 녹두를 물에 담가 불리는 일이었다. 녹두가 물에 불면 믹서기에 갈고 그 안에 여러 가지 나물과 고기와 김치를 넣어서 녹두빈대떡을 부쳤다. 근데 그 노란색의 알갱이가 믹서기에서 갈려져 나오면 비린 냄새가 났다. 콩나물 비린 냄새 비슷한 냄새였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숙주나물이 녹두를 키워서 만든 거였다.


할머니는 커다란 전기 프라이팬을 놓고 신문지를 깐 부엌 바닥에 앉아서 빈대떡을 부쳤다. 그때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던 녹두빈대떡에서는 생 녹두에서 나던 냄새와는 전혀 다른 냄새가 났다. 비린내를 떨쳐버린 냄새였다. 기름에 지져진 녹두 특유의 향이 있었는데 나물과 고기와 합쳐져서 평상시의 음식에서는 맡을 수 없는 냄새였다. 나는 이 녹두빈대떡의 냄새가 좋았다. 기름 냄새에 콩의 냄새가 합쳐진 고소한 냄새였다.

처음 부친 빈대떡은 프라이팬이 적당히 달궈지지 않아서 모양이 별로였는데 할머니는 빈대떡을 손으로 찢어 옆에 앉아 구경하던 나의 입에 넣어주시곤 했다. 안에 들어간 게 많아서 다른 빈대떡보다 두꺼운 녹두빈대떡은 입에 들어가면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웠다.


제사가 다 끝나고 나면 제사상위에 있던 녹두 빈대떡은 다시 데워져서 밥상에 올라왔다. 하지만 녹두빈대떡은 할머니가 프라이팬에서 부칠 때 먹여주던 그 맛을 내지 못했다. 두꺼워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다른 빈대떡보다 녹두빈대떡은 다시 데우면 맛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래도 녹두빈대떡이 맛있게 변신할 때가 있었다. 제사를 지내고 나서 얼려두었던 남은 빈대떡이 김치찌개에 들어갈 때였다. 김치찌개에 들어간 빈대떡은 아주 말랑거리고 기름을 살짝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서 담백한 멸치국물김치찌개를 고소하게 만들었다. 나는 칼칼한 김치찌개의 국물을 품고 있는 말랑 거리는 빈대떡 조각을 밥에 얹어서 비벼먹었다. 빈대떡 안에서 나물도 나오고 고기도 나오고 특유의 녹두향기도 나면서 짜지도 않고 맛이 좋았다.


지금은 이미 만들어진 녹두빈대떡이 냉동식품으로 나와서 쉽게 먹을 수 있다. 녹두를 사서 물에 불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안에 들어갈 여러 가지 나물과 고기를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필요 없어졌다. 그리고 냉면집에 가면 녹두 빈대떡을 팔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입맛에는 방금 부쳐낸 뜨거운 녹두 빈대떡을 마디가 굵은 손가락으로 떼어서 내 입에 넣어주던 할머니의 녹두 빈대떡이 가장 맛있었다.

파는 음식은 어쩌고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내가 녹두빈대떡에 관해서는 그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파는 녹두빈대떡은 퍽퍽하고 기름에 지져진 녹두 특유의 향이 없어서 맛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