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인레호수-2

호숫가 마을과 와이너리

by Som

첫째 날 저녁을 먹고 바로 잠들어버린 탓에, 다음날 매우 아침 일찍 일정을 시작했다. 더운 나라에 있어서 그런지 하루가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난다.


IMG_5328.JPG 호텔 조식. 샨누들은 양곤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쫀득쫀득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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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아웃을 하고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밍갈라 마켓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방문한 미얀마의 시장 중 가장 쾌적한 시장이었다. 시장 입구에서는 꽃을 파는 아주머니가 맞이했고, 청과물의 상태가 이제까지 중 제일 신선해 보였다. 바간과는 다르게 호객행위도 거의 없었고, 통로도 꽤 널찍해서 쾌적했다. 양곤에 있을 때는 미얀마 사람들이 순박하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낭쉐에서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골마을 특유의 정감이랄지 사람들은 여유가 있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잘 웃어주었다. 바간에서는 상상도 못 하였었으나, 여기에서는 경치가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괜찮아서인지, 지나가는 픽업트럭이나 마주오는 자전거 탄 현지인들에게 내가 먼저 손인사를 하곤 했다. 그러면 이내 수줍은 답례인사가 뒤따랐다.


IMG_5470.JPG 자전거를 타고 마잉따욱 마을에 가는 길. 평범한 시골길이다.


시장 구경을 마친 뒤, 호수의 작은 마을인 마잉따욱 마을에 가기로 한다. 자전거로 약 1시간 정도 시골길을 달려야 한다. 다행히 도로의 포장 상태는 양호했고, 걱정했던 허벅지의 상태도 괜찮았다. 평탄한 길을 오래 달렸다.

햇빛이 강렬해서 챙이 넓은 모자는 필수고, 팔토시는 있으면 매우 유용할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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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광경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우베인 다리를 연상시키는 목조 다리가 놓여 있었고, 오른편엔 목조 전신주, 왼편엔 모터보트, 나무보트로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뒤편엔 산이, 앞쪽엔 수상마을이 있었다. 평화로웠다. 이 곳은 아직 관광객의 입소문을 덜 탔는지 확실히 사람이 적어서 전세 낸 것처럼 다리를 걷는 내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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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다리 끝은 작은 선착장이었고, 육로는 보이지 않았다. 수상마을이었기 때문에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선 배를 타야 했다. 어제도 하루 종일 배를 탔기 때문에 또 보트를 탈 생각은 없었으나, 집요한 아저씨 덕분에 20분에 2천짯을 내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봤다. 다행히도 어제와는 달리 모터보트가 아니라 오로지 사공의 팔힘으로만 움직이는 배여서 고요히 느릿느릿 마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집들은 생각보다 굉장히 견고해 보였고, 2층 집, 3층 집이 많았다. 한쪽에선 유치원이 있는지 아이들 목소리가 왁자지껄했다. 어느 집에서는 아이들이 집 바로 아래에서 수영을 하며 놀고 있었다. 마을 한쪽에서는 수상 작물을 기르는 논이 펼쳐져 있었다. 전신주에 매달려 있는 확성기에서는 옛 시골에서 나올 법한 이장님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정말로 만화 같은 풍경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람 사는 마을에서 나오는 풍취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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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따욱에서의 여운을 뒤로하고 찾아간 레드 마운틴 와이너리. 언덕길에다 햇빛이 강해 조금 고생했으나 높은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와인은 가히 인생에서 길이길이 추억할 그런 기억이었다. 후기를 보면 와인은 그저 그렇다는 평이 많았으나, 와인의 w자도 모르는 내가 마시기엔 꽤 괜찮았다. 소비뇽 블랑, late harvest 두 개의 화이트 와인이 달착지근하니 입에는 더 맞았다. 탁 트인 포도밭 전경과 함께여서 더 맛이 좋았는지도. 자전거를 술 취한 채 달리고 싶지는 않아서 천천히 마신 탓에 여유롭게 와이너리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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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쉐 마을에 도착했어도 버스시간까지는 시간이 떠 다시 마을을 둘러봤다. 마을 북쪽으로 조금 달리자 주민들의 산책로가 나왔다. 호숫가에 앉아 낚시를 하거나 연인들끼리 사진을 찍거나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해가 막 기울어지려 할 때의 시점이 주는 따스함을 즐기며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고작 네 군데 들러본 미얀마 여행이었지만 양곤, 바간, 만달레이, 인레 중에서는 인레가 가장 좋았다. 대자연이 주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움이 있었다. 낭쉐는 관광지가 아니라 작은 시골마을의 느낌이 더 강했고, 나 자체도 바간-만달레이 여행 이후 기대를 완전히 하지 않고 떠나서 더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1박 3일의 여행은 역시 체력적으로 무리가 따랐다. 둘째 날 청바지를 입고 통굽 샌들을 신은 상태로 4시간 넘게 자전거를 탄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버스를 탈 때쯤에는 무릎이 너무 아파서 비틀거리며 걸을 정도가 되었고, 12시간 야간 버스를 타는 내내 고통이 심했다. 일정상으로는 꽉 찬 이틀이 적절해 보이나, 1박 3일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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