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by 노연상

외로움

@노연상 2025.3.12.


지하철역

풀빵을 맛있게 먹으며

몰두하고 걸어가는

적당히 나이든 여인이

외롭다


사람 꽉찬 지하철에서

어깨를 부딪쳤다고

나이든 사람을 째려보는

나름 공을 들인 화장기의

젊은 여성이 외롭다


늦은 밤 지하철역 상가를

비틀거리며 걷는

중년의 남자가 외롭다.


그 시간 가게 셔터를 내리는

씩씩한 아주머니가 외롭다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타러

헐떡거리며 달려와

혼잣말로 투정하는

허리굽은 백발 할머니가 외롭다


안 보였다고

굳이 반박하며 투덜대는

초로의 운전 기사가 외롭다


딸 사위 출근하고

애교부리는 손녀 배낭을 메고

손잡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젊은 할머니가 외롭다


미국으로 발령받아 간

아들의 아주 어린 아들이

재롱피는 화상을 보는

나름 그리 늙진 않았다고 우기는

할아버지가 외롭다


에곤 쉴레의 외설적인 예술을 보면 외로움을 느낀다는

미모의 도슨트가 외롭다


하나뿐인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만인의 비위를 맞춰보려

가능치도 않은 용을 쓰는

나름 권력을 지닌 줄 알고

수작을 떠는 자가 외롭다


뭐가 뭔지도 알지 못한 채

말 잘 들으면

자신이 안전할 줄 알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걸

맞다고 우겨대는 자들이 외롭다


그들이 같잖지만

모른 척 내버려 둘수 없어

귀찮고 번거로워하는 사람이 외롭다


파아란 하늘과 따스한 햇살속에

싸늘한 공기에

공원 벤치에 껴안고 앉아 조는

청춘들이 외롭다


누구가 외로운지

자꾸 눈에 띄는

내가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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