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공부나 운동처럼 눈에 보이는 일에서 실패를 경험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이별이나 이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친구나 지인과 연락이 끊기거나, 오랜 관계가 끝나는 것도 관계의 실패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관계에서 실패하면 회복이 어려워 두고두고 상처로 남기 쉽다는 점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나 끊어진 인연을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상처가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실패가 내 잘못에 기인한 것일 수 있지만, 때로는 상대의 오해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실패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을 상대가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일 때가 있다.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내 책임도 있지만, 아무리 뜻이 좋아도 상대방이 그것을 나와 다르게 해석하고 오해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 부분은 나의 통제 밖에 있다. 그래서 관계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만약 실패가 인생의 불가피한 한 부분이라면, 우리는 실패할 때 하더라도 그 실패를 품위 있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이별 후에도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서로의 상처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처럼 실패에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비록 관계가 끝났더라도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의 성장을 위한 기회로 삼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품위를 지키거나 내적 평온을 유지해야 할 이유이다. 무엇보다 끝까지 선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더 나은 실패를 하는 방법이다.
실패는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반드시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과 내면의 평온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쓴 사무엘 베케트(1906 - 1989)도 이렇게 말했다.
늘 시도했고, 늘 실패했다.
상관없다.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실패하라.
더 나은 실패를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