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문제 앞에서 수동적이고 체념한 태도를 취할 필요는 없지만, 때로는 '놓아버리고 흘려보내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는 것, 때로는 설명 없이 지나갈 줄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파리 소르본대학 철학교수 미셸 퓌에슈의 말이다.
살면서 겪었던 어려움 앞에서 지나치게 설명하려고 하고, 의미를 찾으려 애쓴 시간들이 있었다. 그것도 물론 필요했다. 삶이 던져주는 각종 과제들 앞에서, 그리고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해서, 나름의 의미 부여 없이 그 순간들을 견디기란 어려웠을 테니까.
하지만 매 순간 그렇게 의미를 찾으며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별 의미 없이 일어나는 일도 많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러다 보면 자칫 자기 합리화에 빠질 위험도 있다. 그래서 퓌에슈 교수의 말처럼, 가끔은 그냥 놓아버리고 흘려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오늘 같은 주말에는 특히 그렇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결국 내 손을 떠난 일이다. 마치 헤어진 전 연인을 붙잡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아무리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도 냉담하게 반응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근 가을답지 않게 따뜻했다. 긴팔 옷이 거추장스러울 정도였지만, 이제 다음 주부터는 추워질 거라고 한다. 갑자기 추워지는 것이 아니라, 계절이 계절다워지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하루하루가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곧 12월이 오니, 이 변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계절의 흐름 속에서 나도 자연의 섭리처럼 변하고 있는지이다. 새로운 계절 앞에서, 나 자신에게 좀 더 여유를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