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인 나약하고 감상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합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닌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지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힘이 닿는 한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견디며 모든 것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연민을 말합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장편소설 <초조한 마음>에 나오는 글이다. 연민에 대해 이 정도로 깊이 있는 해석을 읽어보지 못했다. 누구나 한 번쯤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을 연민의 마음으로 지켜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상처받은 이들을 불쌍히 여기며 연민의 마음으로 대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마음의 밑바닥에는 어쩌면 남의 불행에서 받은 충격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고 싶은 '초조함'이 숨어 있을지 모른다.
진정한 연민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라, 그와 함께 고통을 나누고 그의 상처를 자신의 상처로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수용의 자세에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는 타인의 아픔보다 자신의 안전을 우선하게 된다. 그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리는 어떤 생각으로 스스로를 채우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대부분이 나 자신과 관련된 생각들이다. 기도를 할 때조차 주로 나와 내 가족의 안녕을 간구하고, 돈을 버는 이유 또한 남보다 편안히 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안톤 호프밀러 소위가 다리가 불편한 에디트를 향해 품었던 마음 역시 진정한 연민으로 볼 수 없듯이, 과연 나 또한 또 다른 호프밀러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