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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러운 명절

by 서영수

오늘은 구정, 긴 명절 연휴가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임시공휴일까지 포함하면 거의 일주일 이상을 쉬고 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쉰다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특히 지금이 새해를 시작하는 1월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려고 하는데, 긴 연휴로 인해 자칫 리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통이 발달한 요즘 시대에 부모님이나 친척을 만나기 위해 신정과 별도로 구정을 쉬어야 한다는 것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신정이든 구정이든 한 번만 쉬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돌이켜보면 연휴 동안 특별히 좋았던 기억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 그것도 평소에는 잘 연락을 하지 않던 먼 친지와의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다 감정이 상했던 적도 있다. 그렇다고 미리 계획을 짜서 해외를 나간다거나 여행을 가는 것도 여건상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긴 연휴가 반갑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하다. 어떻게 의미 있게 잘 쉴 수 있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게 보낼 수 있을지 더 고민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잠만 잘 수도 없고. 주말이 오면 하루 종일 방에서 느긋하게 쉬겠다고 다짐하지만 정작 주말이 되면 일찍 일어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준비 없이 맞는 노년의 삶이 이럴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주어진 여유와 시간의 홍수 속에서 주체하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는 그런 상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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