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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May 30. 2022

변함없이

송강호/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에 대한 단상

영화배우 송강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건, 그가 이번에 세계 3대 영화제 중의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아서가 아니다. 그가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 보증수표'이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다.


물론 그가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로 데뷔한 이래 <초록 물고기, 1997>, <넘버 3, 1997>를 필두로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살인의 추억>, <기생충> 등 수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출연한 것은 맞다. 그의 연기가 탁월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내가 그를 좋아하는  무엇보다 삶의 목적과 가치 그리고 배우로서 추구할 목표를 혼동하지 않는 자세와  길을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변함없이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나는 송강호가 TV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드라마에도 출연하지 않고 줄곧 영화배우라는 외길을 걸었다. 그만큼 영화배우로서 충실한 삶을 살았다는 말이다. 그라고 유혹이 없었을까. 그는 수상 후 이렇게 말했다.


"상을 받기 위해 연기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배우도 없다. 좋은 작품에 끊임없이 도전하다 보면 최고의 영화제에 초청받고, 격려를 받고, 수상도 하게 되는 과정 자체가 있을 뿐이지 (수상 자체가)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 행복하고 영광스럽지만 이것이 목표는 아니다.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다."


이 말을 통해 배우로서 그가 어떤 가치를 추구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내가 평소 그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비슷했다. 그가 수상 후 간담회에서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변함없이'라는 단어였고 내가 가장 주목했던 말도 바로 그 '변함없이'였다. 큰 상을 받았지만 여전히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상을 받았는데도 변함이 없을 거라니, 그런 면에서 그는 위대한 배우가 맞다.




별로 성과가 없는 데도 '변함없이' 무언가를 하는 건 어렵다.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는데도 종전처럼 '변함없이' 그 일을 계속 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별 반응이 없는데도 '변함없이' 그를 사랑하거나 사랑을 쟁취했는데도 처음 마음 그대로 '변함없이' 사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처럼. 상대의 반응이나 영화 관객들의 평가에 따라 일희일비한다면 변함이 있는 거다. 그게 우리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그는 '변함없이'라는 말을 여러 번 했지만, 나는 '여전히'를 선호한다. 물론 의미는 비슷하다. 앞으로도 나는 '여전히' 지금처럼 내 삶의 가치와 철학을 남은 삶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할 거고, 그 누군가가 알든 모르든 '여전히' 그를 사랑할 거다. 우리 삶은 '변함없이'와 '여전히' 앞에서 빛이 난다. 그 빛 속으로 걸어가는 것 역시 '여전히' 우리 몫이겠지만.


"꼭 상을 받기 위해 어떤 형태의 연기를 해야 하고 어떤 포지션을 갖춰야 한다는 건 의미 없는 얘기 같다. 배우들은 자유로워야 하고 끊임없이 그런 것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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