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배우 황정민)이 주인공 선우(배우 이병헌)에게 냉소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고통이야!!' 영화 속에서 그들의 상황은 차치하고, 십분 이해가 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본래 개별적인 것이어서 타인의 고통이 내 고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겪는 고통 또한 다른 사람이 온전히 이해하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을 누군가 이미 겪었다면? 그들도 보이지 않는 인생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삶이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자신의 삶으로 철저히 경험했다면, 내가 편히 잘 동안 그들은 그 고통으로 인해 불면의 밤을 지새웠는지도 모른다.
그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지금 힘들다고 너무 불평하지 말자고. 다른 사람들이 이미 겪었던 일을 지금 겪는 거라고. 나한테도 충분히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차라리 지금 겪는 것이 낫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덜 억울했고, 조금은 버틸 힘이 생겼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입춘이 지났는데도 여전한 추위로 봄기운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도 곧 봄이 올 것이다. 시간을 이기는 이는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